운전하다 보면 도로에서 화를 참지 못해 ‘분노의 헐크’로 변한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겁니다.
갑작스레 끼어들거나 욕설을 내뱉고 경적을 울리는 난폭 운전자를 보면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보복운전은 또 다른 폭력을 부르고, 도로 위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이런 사실이 부각되자 경찰은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간 특별단속을 벌여 보복운전을 한 가해자 280명을 입건하고 3명을 구속했습니다. 또 보복운전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흉기 등 협박죄’를 적용해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을 받도록 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처벌 외에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책임도 한층 무거워집니다. 그동안은 보복운전으로 사고를 내도 고의성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일반 교통사고’로 보험 처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보복운전으로 형사 입건되면 보험사는 피해를 보상할 책임이 없어집니다. 자동차손해배상법과 금융감독원의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서 고의로 인한 사고는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해자는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보복운전의 피해자도 보상 처리 과정이 복잡해집니다. 피해자는 가해자 보험사에 대인배상을 직접 청구해야 합니다. 상실 수익, 위자료 등 포괄적인 대인피해와 차량 등 대물피해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를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무보험차 상해나 자기차량손해 담보에 반드시 가입돼 있어야 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양측 보험사는 보상 처리 후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따라서 손해보험협회와 보험사들은 보복운전 사고 처리 매뉴얼 등을 만들어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보복운전으로 대형사고가 나면 가해자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보험사의 손실도 늘고 가입자들의 보험료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결국 보복운전은 가해자는 물론이고 피해자도 보험사도 모두가 지는 게임입니다. 도로에서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손실은 이제 보험으로도 막을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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