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학생 대니얼은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 송금한다. 온라인 외화송금업체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를 통해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는 데다 수수료도 은행의 8분의 1 정도로 싸기 때문이다. 외화 송금을 원하는 수요자들끼리 짝을 지어주는 트랜스퍼와이즈처럼 개인 간 거래, 즉 ‘P2P(Peer-to-Peer) 네트워킹’ 기반의 금융 거래가 영국 등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직장인 피터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지만 일이 바빠 제대로 자산관리를 하기 어려웠다. 그가 찾은 대안은 온라인 자산운용사 ‘넛메그(Nutmeg)’. 홈페이지에 들어가 간단히 계좌등록을 하고 몇 가지 설문을 마쳤더니 자동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가 추천됐다. 기존 금융회사보다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고 운용 실적도 나쁘지 않아 주변에도 이 서비스를 권하고 있다.
먼 미래의 모습으로만 여겨졌던 두 장면은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혁명의 결과들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핀테크를 육성하고 세계 표준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트랜스퍼와이즈, 넛메그는 전통적인 금융허브이자 창조적 분위기의 벤처기업 문화가 꽃피고 있는 영국 런던에 근거지를 둔 핀테크 회사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슈로더가 각각의 주요 투자자다. 영국 무역투자청(UKTI)의 지속적인 육성 정책에 힘입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들과 벤처투자자들이 손잡고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무역투자청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영국의 핀테크 시장은 연간 200억 파운드(약 34조 원) 규모다.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 회사들이 급성장하자 영국의 대형은행들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기존 사업이 정체되고 시장 판도가 바뀌면서 핀테크 회사와의 협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바클레이스는 사내 혁신기술팀을 두고 신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결제업체인 재프(Zapp)와 업무협약을 했다.
미래 금융산업에서는 핀테크를 발판으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고 플랫폼을 표준화해 해외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해야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한국 핀테크 기업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도 핀테크 금융허브의 중심이 되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정신을 바탕으로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핀테크 시장에서 정부와 기업의 끊임없는 지원으로 한국의 핀테크 회사들이 세계 표준화에 성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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