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멀리 봐야 오래간다… 알면서도 못 지키는 원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최근 과일 맛 소주가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 회사가 크게 성공을 하니 너도나도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처럼 술은 기호품 치고는 유행을 상당히 많이 타는 제품이다. 다행히 필자가 대표로 있는 에드링턴코리아가 주로 개척한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성장 중이다. 지난 25년간의 경험을 돌아보니, 이제 ‘장수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원칙이 보인다.

첫째, ‘최종 소비자’를 중심에 놔야 한다. 음식과 주류는 특히 더 그렇다. 업종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되는 원칙이다. 1990년대 위스키 시장을 보면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이 아니라 도매상들이 추천하는 제품을 주점에서 소비자에게 권하고 그런 제품들이 팔리는 상황이었다. 외환위기 이전의 호황기이다 보니 당장에는 매출이 오르고 잘 팔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기가 악화되고 규제환경이 바뀌자 소비자의 선택을 무시한 브랜드들은 금방 나가떨어졌다. ‘소비자의 입맛과 취향에 맞추려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쉬운 원칙이 ‘눈앞의 이익’ 때문에 얼마나 지켜지기 어려운지 알게 된 계기였다.

둘째, ‘나홀로 성장’의 욕심을 버리고 반드시 업계의 동반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비교적 생소한 주종을 주로 판매하다 보니 ‘우리 회사의 제품이 다른 회사보다 훨씬 좋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마케팅을 전개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들과의 ‘협력적 경쟁’이 필요했다.

셋째,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경쟁자들이 다 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의 방식을 좇는 전략으로는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어렵다.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에드링턴코리아는 지역에 따라 편차를 두고 매출이 크게 일어나는 곳에 인력과 투자를 집중했는데, 입소문을 많이 타는 식음료와 주류 분야, 특히 ‘고급 이미지’를 가진 브랜드들은 ‘트렌드 리더’들이 모인 곳부터 집중해야 한다는 걸 그때 확실히 알게 됐다. 더디더라도 진짜 성공하는 길이다.

김주호 에드링턴코리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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