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저성장의 돌파구, 제조혁신에서 찾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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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창호 포스코 경영연구원장
곽창호 포스코 경영연구원장
우리 경제는 위기를 거치면서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전 1990년대 7%대에서 2000년대는 4%대로 하락했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는 3%대로 내려앉았다. 더욱이 최근에는 경기 사이클이 아예 소멸되는 등 경제 활력이 크게 약화된 모습이다.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올리는 등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 경기를 살리려 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채 가계부채만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경기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가 가라앉으니 급한 마음에 단기부양책에 집중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번 침체는 단기부양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원인을 보고 그에 맞는 접근법을 써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3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이다. 그만큼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제조업이 중요하다. 그런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도를 제외하고는 국내 주력 제조업들은 모두 중국에 따라잡힌 상황이다. 이대로 가면 우리 제조업의 미래는 암울하고 경제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일본도 1990년대 소니와 도요타자동차 등 선두 기업들이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받아 경쟁력을 잃으면서 장기침체로 들어갔다.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요즘 세계는 패러다임 시프트를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혁명이 PC인터넷에서 모바일인터넷으로, 그리고 사물인터넷(IoT)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가 가져올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발로 뛰면서 이 부문의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혁기에 IoT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기업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독일 지멘스 같은 제조업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산성 혁명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지멘스의 독일 암베르크 공장은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IoT에 투자해 스마트 공장의 훌륭한 성공모델이 됐다. 하루 5000만 건의 빅데이터를 처리하면서 불량률을 크게 줄여 남들이 따라오기 힘든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암베르크 공장 사례는 한편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 투자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아무나 쉽게 엄두를 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만만치 않은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뿐만 아니라 효과가 날 때까지 장기간 추진할 의지도 있어야 한다.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지만 다행히 우리에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역량을 갖춘 훌륭한 제조업체들이 아직은 남아있다. 이런 기업들은 다른 국가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과 유인책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유보한 자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보다는 IoT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건 어떨까. 많은 투자가 생기고, 일자리가 생기고, 또 다른 경쟁력을 갖춘 신생 기업들이 나타날 수 있다. 독일은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저성장의 돌파구를 제조혁신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아직은 기회가 있다.

곽창호 포스코 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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