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12월 철강재 가격을 담합했다며 포스코 등 7개 철강회사에 약 3000억 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공정위가 단일 사안에 매긴 과징금 규모 중 네 번째(당시 기준)로 컸다. 893억 원으로 과징금을 가장 많이 낸 포스코가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달 말 서울고등법원은 포스코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공정위는 포스코가 납부한 과징금 전액과 연 2.9%의 이자를 더한 돈을 줘야한다.
이처럼 최근 법원에서 공정위 패소 판결이 이어지면서 공정위가 무리하게 ‘과징금 폭탄’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월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8043억 원으로 2013년(4184억 원)보다 92% 증가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공정위가 ‘전부 패소’ 하는 비율도 12.9%로 전년보다 7.3%포인트 높아졌다. 공정위의 무리한 제재가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위는 올해도 여전히 과징금 징수 건수를 늘려가고 있다. 공정위가 과징금을 물리는 건수는 2013년 89건에서 지난해 113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105건에 달했다. 공정위 측은 “최근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입찰 담합 사건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과징금 제재 건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 사이에서는 “공정위가 여론의 눈치를 보거나 자신들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처분을 내리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대법원에서 과징금 124억 원 중 119억 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영업’ 사건이 대표적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 매출목표를 맞추기 위해 대리점에 제품을 강제로 떠넘겨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점이 적발돼 공정위가 과징금을 매긴 바 있다.
공정위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최근 몇 년간 세수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국세청을 통해 기업들을 옥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50억 원 이상 고액 사건 소송에서 국세청이 패소하는 사례는 2012년 30.8%에서 2013년에는 45.6%로 늘었다. 대기업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세금이나 과징금을 면제받아도 일단 조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알려지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들의 부정행위를 단속하는 행위는 경제생태계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꾸준히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시기나 여론에 맞춰 ‘건수 올리기’ 식으로 진행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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