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점협동조합, 동네서점, 생존 넘어 지역경제-문화 확산에 이바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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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전성시대]우수협동조합

소상공인 중에서도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동네서점’을 떠올리게 된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확장으로 동네서점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게다가 해마다 독서 인구까지 줄어들고 있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네서점들까지 줄줄이 폐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못지않게 서점이 많기로 유명한 부산에서는 2002년 서면 교보문고가 문을 연 이후 리브로, 영풍문고 등 대형서점이 들어서면서 동네서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1990년대 말 부산에만 600여 개의 서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200여 개도 남지 않았을 정도다. 그마저도 학교 앞에서 참고서와 문제집만 취급하는 서점들이 대부분이며 이를 제외하면 동네서점은 80여 곳이 채 되지 않는다.

더 이상 동네서점은 가망이 없다며 하나둘 장사를 포기하고 있을 때, 부산 지역 32개 동네서점 사장들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서로의 손을 잡았다. 2년 전 결성된 ‘부산서점협동조합’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부산서점협동조합은 설립 초기부터 철저한 전략을 세우고 사업을 시행했다. 가장 먼저 도서 납품을 위한 공동작업장을 설치하고 공동 구매판매를 통해 유통비를 절감시켰다. 온라인서점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인터넷 할인가와 배달 서비스를 동네서점에서 시행하는 과감한 전략도 선보였다. 조합가입 서점에서 공동으로 사용 가능한 마일리지 카드도 도입하여 고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또한 공공기관의 도서 납품권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였다. 현재 부산 8개 구의 도서관과 관공서, 학교와 사회복지관 등에 도서를 공동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에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인 해운대구와 동네서점 살리기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부산서점협동조합은 해운대 관내 공공도서관과 새마을문고에 도서를 납품할 수 있게 되었다. 조합은 수익금 70%를 해운대구에 환원하기로 하였으며 해운대구에서는 이 수익금을 각종 인문학 행사와 독서 공간 조성 등 동네서점 살리기 사업에 재투자한다. 선순환 구조를 통해 동네서점 살리기와 해운대구의 문화 인프라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제 부산서점협동조합은 단순히 동네서점의 생존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단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합은 현재 해운대구와 함께 ‘유즈드 북’이라는 이름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즈드 북은 아파트 밀집지역 10여 개 단지에 헌책 수거함을 배치하고 모인 헌책을 새 책처럼 재가공하여 판매하거나 지역 저소득층에 기부하는 사업이다. 판매 수익금은 동네서점 홍보와 문화행사, 간판 제작 등에 사용된다. 이 외에도 무료급식 봉사 등 부산의 문화와 사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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