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은 백수’의 줄임말), ‘인구론’(‘인문계 학생의 90%는 논다’의 줄임말)과 같은 자조적인 말들로 상징되는 청년 실업 문제는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래도 젊으니까”라는 위로의 말을 꺼내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다.
이처럼 산업 전반에서 청년들의 ‘고용절벽’ 상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업이 원하는 역량을 갖춘 인력이 부족한 ‘공급절벽’이 나타나고 있는 곳도 있다.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가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고 한다. 세계 최고 기업들도 우수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바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 건설 등 전 산업을 지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벤처 창업 열기를 선도하는 것도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알리바바’와 같은 국내외 창업 성공 사례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을 만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다양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그 결과 우수한 역량을 갖춘 소프트웨어 인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중국은 아예 ‘소프트웨어 시범학원’을 설립해 연간 1만5000명 이상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초중등 학교 정규교육 과정에 소프트웨어를 포함시키는 등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에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시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1990년대부터 꾸준한 컴퓨터 교육이 진행돼 왔다. 대학 전산학과나 컴퓨터공학과 등을 중심으로 배출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들이 우리 ICT 산업의 성공 신화를 만드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해 왔다. 그러나 대학은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파악하고 이를 교육에 반영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그 결과 초급 인력은 공급 과잉인 반면 중·고급 인력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금까지의 대학 소프트웨어 교육을 혁신적으로 바꿔 나가고자 한다. 산업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교과 과정을 전면 개편했다. 또 혁신적인 교육 체계와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진을 구축하는 한편 비(非)전공자에 대해서도 소프트웨어 기초·융합교육을 확산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을 올해 8곳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어릴 때부터 소프트웨어 인재가 갖추어야 할 논리적 사고와 과학적 상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초중등 소프트웨어 교육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 GE의 최고경영자(CEO)인 제프리 이멀트는 “어제 제조업 회사로 잠들었다면, 오늘은 소프트웨어 회사로 일어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우리 경제가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열쇠도 소프트웨어 산업에 있다.
한국 청년들에게 막연한 위로나 희망의 말 대신 소프트웨어 교육 체계의 혁신을 통해 그들이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야말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넘어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이끌 희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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