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채권기관, 産銀에 희망가격 “7000억∼8000억대” 제출
미래에셋은 여전히 1조213억 고수… 産銀, 8월중 최종가격 결정
미래에셋이 금호산업 매각가로 기존에 제시했던 1조213억 원(주당 5만9000원)을 고수했다. 반면 은행권 등 일부 채권기관들이 7000억∼8000억 원대의 희망가격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제시할 매각가가 다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에 대한 채권 97%를 보유한 22개 금융회사는 산업은행의 요청에 따라 이날 각자 희망하는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산은에 제출했다. 미래에셋은 기존에 제시한 가격을 그대로 제출했으며 일부 재무적 투자자들은 미래에셋보다 높은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은행권의 일부 채권기관들은 박 회장이 인수가로 제시한 6503억 원(주당 3만7564원)을 감안해 7000억∼8000억 원대를 써냈다. 채권단 관계자는 “제값을 받으려다 매각 시기를 놓치는 것보다는 빨리 팔 수 있는 가격에 파는 게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부 채권금융회사들은 희망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산업은행에 가격 결정을 일임했다.
산은은 이날 제출받은 희망가격을 반영해 이달 중 최종가격을 결정할 계획이다. 산은은 가격 산정을 마치는 대로 채권단 전체회의에 해당 가격을 안건으로 올려 찬반을 묻기로 했다. 의결권 기준으로 75% 이상이 찬성하면 산업은행이 제시한 가격이 최종가격으로 확정된다. 금호산업 채권단에서 의결권이 큰 회사는 미래에셋(14.7%), 산업은행(7.6%), NH농협은행(7.0%), 대우증권(6.7%), 국민은행(2.7%), 우리은행(1.4%) 등이다. 의결을 거쳐 채권단이 최종가격을 제시하면 박 회장 측은 한 달 내에 최종가격을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한다. 가격 제시 시점은 9월 중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개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산은은 최종가격 결정이라는 난제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채권단이 제시한 희망가격은 물론이고 매각 현실성을 고려해 의결권 75%를 만족시킬 가격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박 회장 측이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박 회장이 채권단 가격을 거부해 공개매각을 해야 할 경우 박 회장이 제시한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공개매각에 실패하면 채권단은 다시 박 회장 측과 협상을 벌여야 하고 가격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종가격이 미래에셋에서 제시한 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출렁이는 주식시장도 채권단에는 부담이다. 중국발 쇼크로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금호산업 주가도 떨어지면 채권단의 최종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맡긴 돈으로 금호산업에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가격을 낮출 순 없다”면서도 “다만 다른 채권금융회사들이 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 산업은행이 최종 가격을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낮게 결정한다고 하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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