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9월 미국 금리 인상 시점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중국발 경기 침체 공포가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흥시장과 주식시장에 몰려들었던 자금이 선진국 등으로 빠져나가며 신흥국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증시가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널뛰기 장세’에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은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채권, 달러를 비롯한 전통적인 안전자산과 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자금을 빼서 상황을 관망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손실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다양한 저위험 상품들을 투자 대안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불안한 증시… 대세는 안전 자산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4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1.76%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주식혼합형과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2.12%와 1.99%로 조사됐다. 증시가 혼란에 빠진 최근 3개월간 주식형 펀드는 ―12.58%, 주식혼합형은 ―2.45%의 수익률을 보였다. 채권형은 0.81%로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중국발 금융시장 불안으로 코스피가 1,820선까지 밀리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에 관심을 갖는 모습도 보인다. 올 한 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5조1196억 원이 감소했으나, 주식혼합형과 채권형은 각각 5조6802억 원과 2조8100억 원으로 늘었다.
초저금리에 증시 불안까지 겹치자 시중 자금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단기 상품인 MMF로 몰리고 있다. MMF 설정액은 이달 들어 120조 원을 넘었다. 21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3조4368억 원이 유입됐다.
안전자산인 달러나 현금 선호 현상도 나타난다. 올해 초 달러당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가파르게 올라(원화 가치는 하락) 1200원에 육박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를 점친 투자자들은 달러 관련 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최근 보수적 자산가 가운데 달러화 자산이나 현금, 현금성 예금 보유 비중을 10%에서 50%로 늘린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신흥국 통화가치는 하락한 반면 유로화, 엔화 등 선진국 통화의 가치는 수요가 늘면서 오르고 있다.
금을 찾는 투자자도 많이 늘었다. 국제 금값이 많이 떨어져 바닥이라는 인식이 형성된 데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금 수요가 증가했다. 시중은행과 귀금속 대리점 등에 금을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골드바는 전달보다 30.4% 늘어난 604kg이 팔렸다. 올해 월간 판매량으로 가장 많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22일 1온스당 1159.6달러로 지난달 7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저위험 중수익 상품에 주목
금융 투자 전문가들은 최근의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 위험은 줄이면서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환매조건부채권(RP), 채권형 펀드, 머니마켓펀드 등이 하락장에서도 수익률이 오르는 상품으로 꼽힌다. 최준규 신한금융투자 서울센터 PB팀장은 “증시가 불안하지만 이런 상품들은 손실 위험을 낮추면서 은행 예금 금리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은 3개월 만기에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특별한 RP’가 투자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신증권은 원화와 달러로 표시된 3개월 만기 RP를 판매하고 있다. 각각 연 3.5%와 2%의 수익을 돌려준다.
채권형 펀드도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 주목받는 상품이다.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채권-파생형]’은 올해 누적 수익률이 7.54%다. ‘NH-CA Allset국채10년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채권]’도 올해 4.17%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채권형 펀드 대부분이 수익을 내고 있다. 이 외에도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대내외 변수에 따라 자산을 재분배하는 상품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리스크를 낮추거나, 시장 상황이 변할 때마다 리스크를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상품이 증시가 불안할 때 자산을 지키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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