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에도… 약발 안먹히는 中증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03시 00분


26일 1.27% 또 하락 속수무책
세계경제 회복 시나리오에도 찬물… 美 금리인상 2016년으로 늦춰질수도

한두 달 전만 해도 세계 경제는 그나마 체력이 튼튼한 미국이 앞장서고 유럽·일본, 신흥국 등 나머지 국가들이 뒤를 따라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이어진 침체의 질곡에서 서서히 빠져나오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긴 침체의 터널이 끝날 것 같던 타이밍에 ‘중국의 위기’란 복병이 나타나 세계 경기 회복을 위한 기존 시나리오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중국발(發) 쇼크가 전방위로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을 둘러싼 글로벌 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 모드를 연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세계 경제의 ‘글로벌 금융위기 졸업’ 시점도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각국 경기부양 확대로 위기 탈출 모색


우선 세계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으로 한때 기정사실로 굳어졌던 ‘미국의 9월 금리 인상설’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미국 내 금융전문가 대다수가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점쳤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20% 안팎으로 크게 줄었다. 올 12월 또는 아예 내년으로 금리 인상이 연기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첫 금리 인상 시기로 내년 3월을 지목했다. 심지어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연준이 양적완화(QE)를 재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금융계의 이런 기류는 신흥국의 대표 격인 중국 경제가 망가진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려 신흥시장의 자본을 흡수할 경우 글로벌 시장은 물론이고 자국 경제마저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경기부양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달러당 124엔 선을 넘었던 환율이 최근 110엔대로 급락(엔화가치는 급등)하면서 아베노믹스 효과가 희석되고 있다. 엔화가 세계 증시의 불안 속에서 안전 통화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 韓, 수출 타격 비상… 日,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 ▼

약발 안 먹히는 中증시

여기에 유가 하락과 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일본 중앙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위안화 절하로 유로화의 상대적인 가치가 급등한 유럽 역시 기존의 양적완화를 이어가거나 더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평균 4∼5%에 달했던 세계 경제성장률이 중국 변수로 인해 3%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며 이 같은 경기부양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국발 쇼크와 경기 둔화로 인해 글로벌 저금리(easy money) 시대가 연장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중국 금리 인하는 일회성 호재”


이제 시장의 관심은 중국 정부의 기준금리 및 지급준비율 동시인하 카드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차이나 포비아’를 잠재울 수 있을지에 쏠린다.

일단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단기적으로는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유럽 주요국 증시는 25일(현지 시간) 3∼4% 급등했고 26일 한국, 일본 증시도 2∼3%대의 강세를 보였다.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이번 통화완화 조치는 투자심리 안정은 물론이고 주택경기 활성화, 소비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경기와 금융시장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조치가 과잉 투자와 부채, 신용 팽창 등 중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해 이번 쇼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우려가 반영되며 중국 상하이 증시는 26일에도 1.27% 하락했고 선전 성분지수는 2.92% 급락하며 9개월여 만에 10,000 선이 무너졌다.

세계 각국이 다시 경기부양 모드에 접어든다면 이는 한국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미뤄지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필요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중국이 금리 인하로 현재 위기에서 벗어난다면 한국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지만, 금리가 내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다면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한국이 금리를 따라서 내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 기자
#기준금리#중국증시#세계경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