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족 동네 매장에 반찬코너 “좋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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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살리는 나들가게]<4·끝>지역별 특화 전략

지역별, 입지별 특성을 반영해 특화한 나들가게의 모습. 충북 단양군의 ‘중앙슈퍼’(위)는 인근 시멘트 공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안전모를 구비했다. 충북 충주시의 ‘미림마트’는 1인 가구를 위한 반찬가게를 매장 안에 열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지역별, 입지별 특성을 반영해 특화한 나들가게의 모습. 충북 단양군의 ‘중앙슈퍼’(위)는 인근 시멘트 공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안전모를 구비했다. 충북 충주시의 ‘미림마트’는 1인 가구를 위한 반찬가게를 매장 안에 열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제공
충북 충주시 봉방동의 나들가게 ‘미림마트’ 정정교 대표는 ‘매장 내 매장’ 형태로 슈퍼마켓과 반찬가게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인근에 원룸이 많아 1인 가구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 따른 것이다.

충북 단양군 매포읍에 있는 나들가게 ‘중앙슈퍼’의 유경남 대표도 근처 시멘트 공장을 염두에 두고 가게를 특화시켰다. 시멘트를 운반하는 운전기사를 위해 2011년 5월부터 라면, 김밥 등 간이음식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2년 전부터는 의약품·안전화·안전모를 구비해 뒀다. 유 대표는 “처음엔 이게 과연 팔릴까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운전기사들에게 인기가 좋다”며 “점포를 특화한 덕분에 매출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가게의 운영은 최근 유통업계 경영환경의 키워드인 ‘지역별 특화’와 맞닿아 있다. 지역별, 입지별, 인구구성별로 특화해 지역 고객과의 유대감을 쌓는 것이 유통업계엔 필수가 됐다는 의미다. 똑같은 매뉴얼과 인테리어, 최대한 많은 상품을 판매하던 기존의 전략은 이젠 통하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의 나들가게는 여전히 지역별 특성을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동네슈퍼 지원방향이 개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탓이다. 그 때문에 지역 경제를 염두에 두고 특화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나들가게협의회 최창우 회장은 “모두 똑같은 내용으로 지원을 하기보다는 지자체에 권한을 주고 그 지역의 문화, 특산물, 관광지 등에 어울리는 나들가게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다른 판매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대형 유통 기업 카르푸는 지역별로 체인의 형태를 달리해 운영한다. 도심 지역에선 간단한 생필품과 식료품을 파는 ‘카르푸 시티’를, 지방 소도시나 외곽에선 지역 농산물을 파는 ‘카르푸 콘택트’ 등으로 나뉜다.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AEON)의 소매점 이온몰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도심형 슈퍼마켓을 운영 중이다. 과거 유행했던 음악을 틀어주고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독서교실을 마련해 놓은 것이 특징이다.

정부도 이런 변화에 맞춰 정책 방향을 바꿀 계획이다. 4월 지원방향을 개편하고 ‘나들가게 육성 선도지역 지원사업’을 신규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지역 특화상품 개발·보급, 나들가게 모델숍 지원 등의 패키지 사업과 기초자치단체별 자체 고유 사업을 지원하게 된다. 올해엔 경기 부천시, 충북 제천시, 경북 포항시, 강원 영월군, 서울 송파구, 제주 등 6개 지역이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지역별로 특색 있는 나들가게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기존의 나들가게 스스로도 지역 특화를 무기로 자생적인 협력을 하고 있다. 이달 13∼19일 전국나들가게협의회가 주축이 되어 ‘나들가게 공동세일전’을 시범 실시했다. 그 결과 174개 참여 점포의 점포 평균 매출이 그 전주 대비 9.1%,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5.1% 증가했다.

나들가게 공동세일전은 공동구매를 통해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행사로, 나들가게 점주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와 협력으로 마련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일규 이사장은 “나들가게 활력 회복을 위한 자생적 협업화 모델로 공동세일전을 제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매장#반찬코너#싱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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