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중국)이 숨고르기를 하는 사이 코끼리(인도)가 달리기 시작했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8%로 전망한 반면, 인도는 7.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성장률은 7.2%였다. 7%대 성장률은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며, 이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인들은 10년이 지나면 미국과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경제 규모 세계 5위권에 진입할 것이란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아직 1808달러에 불과하다. 하지만 빠른 경제 성장으로 인도인들의 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인도의 소비 환경이 곧 변혁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의 인구는 12억5000만 명. GDP가 3000달러, 4000달러를 넘어서면 중산층에 편입되는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인구의 1%만 중산층이 된다고 가정해도 서울 인구 이상의 사람들이 새로운 소비 패턴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 인도 중산층의 모습은 1980년대 한국을 떠오르게 한다. 자가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해외여행을 꿈꾸며, 고가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아직 인도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1000명당 20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 발전 속도라면 10년을 기다릴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인도는 최근 미국 금리인상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등의 이슈로부터도 비교적 자유롭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우려가 아시아를 넘어 선진국까지 퍼졌지만, 인도는 그 영향을 덜 받고 있다. 인도 경제는 수출이나 수입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수에 영향을 받고 있다.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가 작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인도의 대중국 교역 비중은 전체 교역량 가운데 2% 정도다.
글로벌 기업의 관심은 뜨겁다. 인도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로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는 1890억 달러(약 226조 원)로 집계됐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 자본이 대부분이며, 일본도 127억 달러(약 15조 원)로 투자를 늘리며 공격적으로 인도에서의 경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16년간 한국이 인도에 투자한 금액은 2조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선진국이 인도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투자해 그 결실을 얻어가고 있지만, 한국은 인도의 가능성을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최근 중국의 위기를 보며, 한 국가에만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 배웠을 것이다. 향후 인도가 글로벌 경제의 한 축으로 떠오르기 전에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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