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지난달 1일 새로 출시한 ‘쉐보레 더 넥스트 스파크’는 귀여운 차체와 감각적인 색상이 우선 눈에 띈다. 그러나 눈길을 사로잡는 외관보다 그 성능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차였다. 경차의 진일보한 면모를 이 차량에서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스틱 바이올렛 색상의 가솔린 LTZ 모델로 사흘간 서울 시내 주행을 해봤다. 일단 놀라운 것은 경차임에도 주행에 무리를 느낄 수 없었다는 점. 경차하면 조금만 중량이 실려도 제대로 나가지 못해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더 넥스트 스파크는 조금만 페달을 밟아도 미끌어지는 힘이 이전의 경차보다 훨씬 강했다. 성인 3명이 타고 짐까지 실어봤지만 주행하는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배기량 999cc인 이 차는 최고출력 75마력, 동급 최고 수준인 9.7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한다.
핸들링도 좋았다. 커브길에서 핸들을 한참 꺾고 코너링을 했을 때 흔들림 없이 안정적이었다. 차량 내부의 공간도 만족스러웠다. 더 넥스트 스파크의 높이는 1475mm로 2015년형 스파크 모델(1520mm)보다 낮아졌지만 좁아졌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조수석과 뒷좌석의 공간은 편히 앉을 수 있을 정도였다.
더 넥스트 스파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똑똑해진 안전제어 시스템이 대거 적용됐다는 점이다. 경차보다 배기량이 큰 차량에서만 보던 사양들을 이젠 경차 운전자들도 경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더 넥스트 스파크에는 ‘전방출동 경고시스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차선이탈 경고시스템’이 동급 최초로 탑재됐다.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이 시스템들은 자동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간선도로에서 앞 차량이 갑자기 멈추자 ‘전방충돌 경고시스템’의 작동으로 요란한 경고음이 울려 충돌을 방지할 수 있었다. 깜박이를 켜지 않고 차로를 변경할 때엔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있는 차선이탈을 나타내는 표시등이 노란불로 바뀐다.
사각지대 경고시스템은 특히 더 유용했다. 이 시스템은 주행 중 차로를 바꾸고 싶을 때 뒤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차로 변경이 위험할 때엔 노란불로 바뀌어 경고한다. 즉, 사이드 미러 바깥쪽이 노란색으로 깜박거리면 차로 변경을 유의하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사각지대를 대비할 수 있어 특히 경차 운전자에게는 꼭 필요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행을 하던 중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지원됐다는 ‘애플 카플레이’ 기능을 사용해보고 싶어졌다. 애플 카플레이는 차량과 아이폰을 연결하고 차량 스크린으로 전화, 음악, 메시지 등 아이폰 고유 기능을 그대로 쓸 수 있게 한 서비스이다.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고 아이폰의 음성명령 실행서비스인 ‘시리’를 활성화시키자 애플 카플레이가 자동으로 실행됐다. 신나는 드라이빙을 즐기는 한 요소다. 아이폰 지도를 이용해 도로 상황도 쉽게 알 수 있어 편리했다. 개인 휴대전화 기능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누구나 좋아할 서비스임에 틀림 없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옵션으로 달린 선루프가 위아래로만 움직일 뿐 활짝 열 수 있는 형태가 아니었다는 점. 차선이탈 경고시스템은 비 오는 날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도 있어 안전 사양만 믿지 말고 운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가격은 1015만∼1471만 원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