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용 차량 세제혜택, 선진국은 어떻게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8일 03시 00분


[업무용車 세법개정안 허점]
경비 처리에 상한선… 출퇴근은 ‘업무外’
차량 운행일지 제출 안하면 공제 못받아

업무용 차량의 세금 부과와 관련해 선진국들이 적용하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차량 구입비를 업무용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해놓고, 철저하게 운행일지를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대부분의 지역에서 출퇴근 시 차량 운행을 업무로 인정하지 않는다.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들의 업무용 차량 경비 처리 법규를 보면 대부분 업무용 차량의 구입비를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상한선이 있다. 캐나다는 3만 캐나다달러(약 2676만 원), 호주는 5만7466호주달러(약 4836만 원), 미국은 6년간 1만6935달러(약 2000만 원)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업무용 차량의 구입비에 대해 경비 처리 상한선을 정한 것은 과시의 욕구가 없다면 업무용 차로 필요 이상의 고가(高價) 차량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운행일지 작성을 의무화해 탈세를 막고 있다. 차량을 업무용으로 쓸 때와 사적으로 쓸 때를 명확히 구분해 업무용으로 쓴 비용만 경비로 인정하는 것이다. 캐나다와 호주, 미국 모두 해당 차량의 총운행거리 중 업무상 운행거리가 60% 이상인 경우에 한해 총비용의 60%를 경비로 처리할 수 있다. 과세 당국에 차량 운행일지를 제출하지 않으면 경비 처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항목도 사용 날짜, 출발지, 행선지, 운행 목적, 주행거리 등을 명확히 작성하도록 강제한다. 기록이 부실하면 경비로 인정이 안 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없다. 최소 운행거리 규정을 두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가운데 특히 호주는 연간 최소 운행거리가 5000km가 돼야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한국과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출퇴근을 보는 시각이다. 한국은 출퇴근 때 업무용 차량을 사용하는 것을 경비로 인정하고 있어 억대 고가 차량에 임직원 전용 자동차 보험만 가입해두면 ‘단순 출퇴근용’이라도 전액 경비 처리가 허용된다. 반면 외국은 출퇴근을 ‘거주의 자유’에 따른 사적인 비용으로 본다. 직장이 서울인데 취향을 이유로 제주도에 살면서 매일 왕복 항공요금을 회사에 청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예 경비 처리 자체가 없는 나라도 있다. 싱가포르는 업무용 차 구입비와 유지비 등에 대해 모두 경비 처리가 불가능하다. 업무용 차도 일반 가정용 차량처럼 취급하는 셈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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