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매장 의류 중심서 벗어나
드론-카메라 등 취미상품에 집중… 매출 비중 30% 넘어서며 활기
“옷 사러 남성 매장에 들렀는데 카메라를 살 줄은 몰랐네요.”
직장인 문성규 씨(35)는 가을에 입을 양복과 셔츠 등 옷을 사기 위해 지난 주말 최근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에 들렀다. 그런데 정작 사려 했던 양복은 사지 않고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의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다. 평소 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문 씨를 ‘유혹’한 것은 의류 매장 중간에 있는 라이카 직영 매장이었다. 가전 매장에 있을 법한 이 매장은 약 132m²(약 40평) 규모로 ‘톰브라운’, ‘꼼데가르송’ 등 남성 수입 의류 브랜드 매장들과 나란히 입점해 있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남성 고객을 겨냥한 새로운 콘셉트의 ‘남성관’을 잇달아 도입하고 나섰다. 의류 위주의 단순한 매장 구성이 아닌 취미 상품이나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판교점 6층 전체 약 5289m²(약 1600평) 규모를 ‘현대 멘즈관’으로 꾸미면서 잡화 및 자전거, 전자기기 등 취미 관련 상품 비중을 50% 가까이 늘렸다. 자전거 편집 매장(위클)이나 드론, 3차원(3D) 프린터 등 IT기기에 관심 많은 남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소형 전자기기 판매점(게이즈숍), 안경 매장 등은 유동 고객이 가장 많은 곳인 에스컬레이터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갤럭시’ 등 정장 브랜드 매장은 고객이 직접 옷을 입지 않아도 대형 화면으로 셔츠와 넥타이를 맞춰 볼 수 있는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서울 중구 남대문로) 5층 남성 매장을 패션, 생활용품, 취미 등이 결합된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고객 휴식 공간을 피겨와 드론, 카메라 소품 등을 판매하는 매장(멘즈 아지트)으로 바꿔 한 달 만에 5000만 원의 실적을 올린 것. 신세계백화점은 ‘SSG’처럼 남성 전문관을 별도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백화점들이 잇달아 남성 매장을 개편하는 이유는 남성 고객의 매출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 백화점에서 남성이 소비한 매출 비중은 2013년 27.8%에서 올해 상반기(1∼6월) 31.5%로 늘면서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여성 고객의 매출 비중은 72.2%에서 68.5%로 떨어졌다.
국내 백화점들은 일본 백화점을 ‘롤 모델’로 하고 있다. 일본의 남성관 역사는 2003년 일본 이세탄 백화점이 도쿄 신주쿠 본점의 별관이었던 ‘남성신관’을 리모델링해 ‘이세탄 멘스’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한 층이나 별관의 개념을 넘어 건물 한 채 전부를 남성 매장으로 꾸미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남성관의 발달은 1인 가구의 증가, 핵가족화, 소득 수준의 증가 등 사회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며 “아웃렛이나 해외직구 등에 밀려 침체기를 겪는 백화점 업계에 남성관은 매출 반등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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