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남자를 유혹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남성매장 의류 중심서 벗어나
드론-카메라 등 취미상품에 집중… 매출 비중 30% 넘어서며 활기

의류 중심의 백화점 남성 매장이 최근 들어 패션과 취미, 생활용품 등이 결합된 ‘원 스톱 쇼핑’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드론, 카메라, 피겨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최근 신설했고(위 사진),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옷을 
입지 않고도 셔츠와 넥타이를 맞춰 볼 수 있는 의류 매장을 도입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현대백화점 제공
의류 중심의 백화점 남성 매장이 최근 들어 패션과 취미, 생활용품 등이 결합된 ‘원 스톱 쇼핑’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드론, 카메라, 피겨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최근 신설했고(위 사진),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옷을 입지 않고도 셔츠와 넥타이를 맞춰 볼 수 있는 의류 매장을 도입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현대백화점 제공
“옷 사러 남성 매장에 들렀는데 카메라를 살 줄은 몰랐네요.”

직장인 문성규 씨(35)는 가을에 입을 양복과 셔츠 등 옷을 사기 위해 지난 주말 최근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에 들렀다. 그런데 정작 사려 했던 양복은 사지 않고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의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다. 평소 카메라에 관심이 많은 문 씨를 ‘유혹’한 것은 의류 매장 중간에 있는 라이카 직영 매장이었다. 가전 매장에 있을 법한 이 매장은 약 132m²(약 40평) 규모로 ‘톰브라운’, ‘꼼데가르송’ 등 남성 수입 의류 브랜드 매장들과 나란히 입점해 있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남성 고객을 겨냥한 새로운 콘셉트의 ‘남성관’을 잇달아 도입하고 나섰다. 의류 위주의 단순한 매장 구성이 아닌 취미 상품이나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판교점 6층 전체 약 5289m²(약 1600평) 규모를 ‘현대 멘즈관’으로 꾸미면서 잡화 및 자전거, 전자기기 등 취미 관련 상품 비중을 50% 가까이 늘렸다. 자전거 편집 매장(위클)이나 드론, 3차원(3D) 프린터 등 IT기기에 관심 많은 남성 소비자들을 겨냥한 소형 전자기기 판매점(게이즈숍), 안경 매장 등은 유동 고객이 가장 많은 곳인 에스컬레이터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갤럭시’ 등 정장 브랜드 매장은 고객이 직접 옷을 입지 않아도 대형 화면으로 셔츠와 넥타이를 맞춰 볼 수 있는 가상현실 기술을 도입했다.

롯데백화점도 본점(서울 중구 남대문로) 5층 남성 매장을 패션, 생활용품, 취미 등이 결합된 공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고객 휴식 공간을 피겨와 드론, 카메라 소품 등을 판매하는 매장(멘즈 아지트)으로 바꿔 한 달 만에 5000만 원의 실적을 올린 것. 신세계백화점은 ‘SSG’처럼 남성 전문관을 별도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백화점들이 잇달아 남성 매장을 개편하는 이유는 남성 고객의 매출 비중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 백화점에서 남성이 소비한 매출 비중은 2013년 27.8%에서 올해 상반기(1∼6월) 31.5%로 늘면서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여성 고객의 매출 비중은 72.2%에서 68.5%로 떨어졌다.

국내 백화점들은 일본 백화점을 ‘롤 모델’로 하고 있다. 일본의 남성관 역사는 2003년 일본 이세탄 백화점이 도쿄 신주쿠 본점의 별관이었던 ‘남성신관’을 리모델링해 ‘이세탄 멘스’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현재는 한 층이나 별관의 개념을 넘어 건물 한 채 전부를 남성 매장으로 꾸미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남성관의 발달은 1인 가구의 증가, 핵가족화, 소득 수준의 증가 등 사회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며 “아웃렛이나 해외직구 등에 밀려 침체기를 겪는 백화점 업계에 남성관은 매출 반등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백화점#남성매장#취미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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