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중장기 재정위험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매년 내놓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의 목표와 실적 간 괴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매년 늘어나는 재정적자는 무시한 채 낙관적인 재정전망만 기계적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관리재정수지의 계획 대비 실적 차이’는 2010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3%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3%포인트로 5년 사이에 7.7배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미래 세대를 위해 쌓아둬야 하는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흑자를 뺀 재정수지다.
국가재정운용계획 목표와 실적 간의 괴리는 재정적자 증가에서 비롯됐다.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관리재정수지의 2010년 목표치는 GDP 대비 0.8% 적자였지만 실제 2010년이 되자 GDP 대비 1.1% 적자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또 ‘2010∼201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정부는 2014년 관리재정수지가 GDP 대비 0.2% 흑자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2.1% 적자였다. 당초 전망보다 재정수지적자가 확대되면서 2014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계획(31.8%)보다 3.9%포인트 확대된 35.7%나 됐다.
전문가들은 재정적자 증가 추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계획에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 감소로 국세 수입은 늘지 않는데 복지지출 등 재정지출은 늘면서 재정적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박용주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은 “재정적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매번 계획을 내놓을 때마다 5년의 계획 기간 동안 적자폭이 점차 축소돼 마지막 해에 균형재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잘못된 재정기조를 반복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실제 재정이 부족해 증세가 필요할 때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해서 재정이 더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지출성과관리팀장은 “정부가 3, 4년 뒤에는 균형재정을 달성한다고 공언해 놓고선 나중에 ‘세수가 부족하니 증세해야 한다’고 하면 국민이 동의하기 쉽지 않다”며 “무작정 장밋빛 전망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사실대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되지만 국회의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획 달성 여부도 점검받지 않는다. 조세 재정전문가들은 5년 단위로 작성되는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첫 3년 부분을 현실에 맞춰 작성하도록 일정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나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재정당국이 지키지도 못할 균형재정 달성을 목표로 두지 말고 재정적자를 인정하고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용주 실장은 “선언적 의미가 아닌 정확한 경제전망에 근거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국가재정운용계획 ::
당해연도를 목표로 편성되는 예산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5년 기간으로 작성되는 중장기 재정계획.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등 재정총량과 분야별 자원배분 계획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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