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모두가… 45년째 ‘손이 가요∼ 손이 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3시 00분


[광복 70년/한국의 장수 브랜드 10]<6>농심 ‘새우깡’

1971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맛과 포장 등의 제품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새우깡. 왼쪽은 출시 당시 모습, 오른쪽은 현재 판매되는 제품. 농심 제공
1971년 출시 이후 지금까지 맛과 포장 등의 제품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새우깡. 왼쪽은 출시 당시 모습, 오른쪽은 현재 판매되는 제품. 농심 제공
‘손이 가요, 손이 가∼.’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이 광고음악의 주인공. 바로 농심이 1971년 만든 ‘새우깡’이다. 새우깡은 44년 전 국내의 첫 스낵 과자로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1위 스낵’ 자리를 지키는 장수 브랜드다.

새우깡의 장수 비결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상적인 이름이다. 재료인 ‘새우’와 과자를 씹을 때 나는 소리를 형상화한 듯한 ‘깡’의 결합은,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면서도 고소한 느낌을 동시에 전해 준다.

농심에 따르면 제품 이름은 신춘호 농심 회장(83)이 출시 전에 직접 작명했다. 신 회장은 새우깡을 출시하면서 여러 이름을 동시에 검토했다. 후보군에는 ‘새우스낵’ ‘새우튀밥’ ‘새우뻥’ ‘서해새우’ 등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명이 없어 고심하던 신 회장은 집에 돌아가 3남 2녀 중 막내딸이 부르는 ‘아리깡∼ 아리깡∼’ 노래를 듣고 “이거다” 하고 무릎을 쳤다. 어린아이가 ‘아리랑’을 잘못 불렀던 것이 44년을 이은 장수 브랜드의 첫걸음이 된 셈이다. 그 막내딸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52)의 부인 신윤경 씨(47)다.

새우깡의 또 다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손이 가요’ 광고음악은 1988년부터 방송했다. 방송인 윤형주 씨(68)가 작곡한 이 노래는 27년이 지난 지금도 새우깡 광고에 사용하고 있다.

포장은 제품 정체성(브랜드 아이덴티티·BI)을 지킬 수 있도록 변화를 최소화했다. 출시 이후 바뀐 것은 내용물이 보이는 투명한 포장이 1980년대 후반 짙은 빨간색으로 바뀐 것 정도다. 세로로 쓴 ‘새우깡’이라는 한글 표기와 큼지막한 붉은 새우 그림은 여전히 제품 디자인에 반영돼 있다.

너무나 친숙한 맛이라 제품 개발이 쉬웠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농심은 새우깡을 개발하기 위해 4.5t 트럭 80대 분량의 밀가루를 소비했다. 고소한 새우 소금구이 맛을 살리기 위해 기름 대신 가열한 소금의 열로 과자를 튀기는 일명 ‘파칭’ 공법을 처음 개발하기도 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팔린 새우깡은 76억 봉지가 넘는다. 국민 1인당 152봉지를 소비한 셈이다. 최근 허니버터칩 등 달콤한 과자류 판매가 늘고 있지만 새우깡은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여전히 스낵 제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대학원장은 “한국에서 새우깡은 여러 세대가 나란히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과자류”라며 “사람들에게 다가서는 친숙한 이름과 광고음악, 제품의 맛 등이 종합적으로 결합된 결과”라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농심#새우깡#장수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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