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제41회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 개막식에서 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는 각 산업 현장에서 품질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현장 근로자들이 그동안의 성과를
겨루는 대회다. 한국표준협회 제공
현장 근로자들이 자신이 일하는 산업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 스스로 해결한 사례들 가운데 최고를 가리는 ‘산업계의 전국체전’ 격인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가 4박 5일 일정으로 31일 충남 홍성군 내포신도시와 예산군 덕산 리솜리조트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41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과 충청남도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한다. 5월 28일 대전 품질분임조 경진대회를 시작으로 전국 17개 시도에서 지역예선을 거쳐 선발된 294개 팀 3911명의 분임원들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치게 된다. ○ 8명이 연간 750억 원 비용 절감
올해 지역예선에서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분임조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보라매’ 분임조다. 8명으로 구성된 보라매 분임조는 철도터널에 쓰이는 ‘콘크리트 라이닝’의 설계기준을 개선해 사업비 750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콘크리트 라이닝이란 터널 원지반의 변형이나 허물어짐을 억제해 누수를 막고, 터널 안의 소요 단면과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구조체다. 지금까지 철도터널의 콘크리트 라이닝 두께는 300mm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보라매 분임조는 해외 사례, 시험시공, 전문가 자문 등 분석을 통해 최소 두께 설정으로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경제적 설계기준(250∼300mm)을 마련한 뒤 사업비를 절감하도록 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분임조 대회 예선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퍼펙트’ 분임조는 기능공정 개선을 통해 부적합품률을 획기적으로 낮춰 351억 원에 이르는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같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속의 ‘모자이크’ 분임조는 스마트폰 제조에 메탈(금속) 소재가 도입되자 이를 위한 선행학습 및 공정별 현장 전파를 위한 자율 학습 활동으로 38억 원의 비용을 아꼈다.
자사(自社)보다 협력사의 비용을 더 절감한 동반협력 사례도 있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의 ‘SWAT’ 분임조는 동일한 조건 내 장비의 통합효율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과제를 수행했다. 이를 통해 협력사들은 SK하이닉스가 거둔 7억6000만 원의 두 배에 가까운 13억7000만 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현대제철 ‘하인리히’ 분임조는 아예 협력사인 대영테크와 함께 과제를 수행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67%나 감소시켰다. ○ 전국 5만6066개 분임조 활동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SWAT’ 분임조가 장비 효율을 높이기 위한 분임조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품질분임조 활동은 일본 제조업체의 ‘가이젠(改善)’ 활동과 성격이 비슷하다. 가이젠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 제조업체가 세계시장을 주름잡은 비결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정부는 이를 벤치마킹해 1975년 품질분임조 제도를 국내에 도입했다. 최근 40여 년 동안 국내 분임조 활동은 외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1975년 당시 전국에서 활동 중인 분임조는 2000여 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분임조가 급증하고 대회 규모도 커졌다. 1975년 제1회 대회에서 본선에 오른 분임조는 12개였지만 올해는 294개로 늘었다. 대회 규모가 커지면서 최고상의 품격 역시 초기 장관상에서 국무총리상, 1992년에는 대통령상으로 높아졌다.
분임조 활동은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질적으로도 성숙하고 있다. 초기 제조업에 국한됐던 분임조 활동은 점차 서비스, 공공행정 분야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품질분임조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기업 규모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공기업으로 다양해졌다.
한국표준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 9366개 사업장에서 5만6066개의 분임조가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근로자만 56만8217명. 한국표준협회 관계자는 “각 분임조들이 지난해 해결한 현장 문제만 12만여 건으로 이들이 거둔 경제적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8000억 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무려 283개의 분임조를 운영해 지난 1년간 약 60억 원의 원가절감 효과를 창출하기도 했다.
올해 본선 대회는 지난해와 조금 달라졌다. 2011년 분임조원들의 상호 평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청중평가단 제도를 심사 전문성 확보를 위해 폐지하고 동영상, 애니메이션 등 과도한 효과를 활용한 발표를 제한하는 ‘발표 방식 제한’ 규칙을 ‘현장개선-중소기업’ 부문에도 확대해 적용한다. 이는 출전 분임조의 발표 자료 제작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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