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의 사익을 위해 부당한 내부거래를 한 대기업에 대해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3, 4개 그룹이 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법 위반으로 결론이 나면 법대로 처벌하겠습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동아GT(Government·정부)라운드테이블’에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질서 확립 방안’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2월부터 효력이 발생했고, 공정위는 올해 안에 첫 결과물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는 최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롯데그룹에 대해 “지난달 말 롯데 측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허위로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밝혀지면 엄중히 제재하겠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는 법인이 아닌 총수에게 직접 공시 의무를 부과해 대기업들이 해외 계열사 현황을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위원장은 이번 롯데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재벌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롯데를 제외한 다른 대기업들은 2013년 신규 순환출자가 금지된 이후 많은 부분을 개선해왔다”고 말했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는 2013년 9만7658개에 달했지만 2014년 483개, 올해 459개로 크게 줄었다. 정 위원장은 “앞으로도 공시와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등 기업이 스스로 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공정위가 과도하게 대기업들을 규제하다 보니 해외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공정위가 할 일은 기업들이 제대로 경쟁하도록 시장 질서를 만들어 일반 국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대기업집단을 규제하는 것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이라며 “공정위 업무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어느 한쪽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 시장’ 자체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과제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었던 ‘사인의 금지청구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피해자가 공정위에 신고하는 대신에 위법행위를 중지해달라고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제도다. 정 위원장은 “현재 의원입법이 발의돼 있지만 자칫 제도를 남용해 정당한 기업 활동마저 해칠 우려가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동아GT라운드테이블은 정부와 국회, 경제계 핵심 인사들이 모여 주요 정책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동아일보와 채널A가 마련한 자리다. 이날 행사에는 정갑윤 국회부의장, 서동원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정상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조갑호 LG 전무, 박영춘 SK 전무, 이용주 효성 부사장, 최병석 삼성전자 부사장, 신동휘 CJ대한통운 부사장, 정준호 삼성카드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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