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삼성물산과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양 날개’ 역할을 할 시스템통합(SI) 업체 삼성SDS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재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분 11.3%(삼성전자, 삼성물산에 이은 3대 주주)를 가진 삼성SDS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도 핵심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삼성SDS는 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 교육콘텐츠사업부문을 e러닝 전문기업 계열사 크레듀에 양도하기로 의결했다. 양도일은 11월 11일이고 가격은 753억 원이다. 2000년 설립된 크레듀는 삼성SDS(47.2%)가 최대주주인 코스닥 상장사다.
삼성SDS 이사회는 이날 에스원으로부터 그룹 내 정보보호 계열사인 시큐아이 지분 52.2%를 970억 원에 인수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거래는 8일 장외 시장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SDS는 기존 보유 지분(4.3%)을 더해 시큐아이 지분 56.5%를 갖게 된다. 2000년 설립된 시큐아이는 차세대 방화벽, 침입방지시스템(IPS) 등 네트워크 보안 전문업체로 연간 매출액은 1000억 원 안팎이다. 삼성물산도 시큐아이 지분 8.7%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로서는 교육콘텐츠사업 역량을 결집한 크레듀와 네트워크 보안사업을 영위하는 시큐아이라는 두 자회사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삼성SDS의 또 다른 자회사들인 미라콤아이앤씨(제조업 생산관리 소프트웨어)와 오픈타이드코리아(기업자원관리 솔루션)도 지난달 24일 합병(12월 1일)이 결정됐다. 이런 사업구조 재편은 지난달 28일 삼성SDI가 삼성정밀화학에 전지소재 사업부문 및 에스티엠 지분을 넘기는 대신 삼성비피화학 지분을 양수하기로 결정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여러 곳에 흩어진 동일 사업을 한 회사에 몰아넣어 효율성을 꾀하는 ‘이재용 식’ 사업재편이다.
현재 ‘이재용 체제’의 삼성그룹에서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16.5%)인 삼성물산이다. 삼성SDS의 경우 기존에는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은 상속세 재원으로 쓰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삼성SDS가 삼성전자나 삼성SDI와의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 안정화의 디딤돌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삼성물산 못지않게 삼성SDS의 기업가치 확대가 필요한 배경이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4월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매출액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공격적인 경영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매출액 7조9000억 원을 6년 만에 2.5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SK C&C와 그룹 지주사인 SK㈜를 합병함으로써 그룹 지배구조를 완성시켰다”며 “삼성SDS도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에서 적잖은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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