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다가오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가맹점 수수료율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가맹점 업주들은 수수료율을 현행 2.1%(신용판매 기준) 수준보다 0.5%포인트 이상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선거를 앞두고 카드산업을 희생양으로 삼아 표심을 잡으려는 선심성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관련한 법안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은 지난달 영세 및 중소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현행 매출액 2억 원, 3억 원 이하에서 각각 3억 원, 5억 원 이하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은 1.5%, 2%에서 각각 1%, 1.5%로 인하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현재 기준금리가 1.5%까지 내려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은 줄고 순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그만큼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은 2012년 2조2698억 원에서 지난해 1조9098억 원으로 16% 줄었고,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3056억 원에서 2조1696억 원으로 66% 늘었다.
가맹점 업주들 역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현금보다 카드 결제가 더 늘어나 수수료율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커피전문점 사장 서모 씨는 “하루 종일 장사해도 현금 한 푼 손에 못 쥘 때가 많다”며 “3000원짜리 커피 한 잔도 카드로 결제하는데 가맹점 수수료 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푸념했다.
이 같은 인하 주장에 대해 카드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 금리가 낮아졌다고 수수료율을 낮춘다면 나중에 금리가 다시 오르면 수수료율을 올려주겠느냐”면서 “정치권 주장대로 수수료율을 낮췄다가는 시장 혼란만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수수료율을 0.1%포인트 낮추면 업계 전체의 이익이 5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기 전에 밴(VAN)사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결제를 대행하는 밴사는 대부분 결제 금액에 관계없이 건당 100∼13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소액 결제가 늘어나면서 카드사가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부담도 급증해 왔다.
금융당국도 금리가 낮아진 만큼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맹점 수수료와 관련해 “자금 조달 측면에서 인하 요인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와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각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 회계법인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가맹점 수수료율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적격비용 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결과는 다음 달 나올 예정이다. 카드사들은 2012년부터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 주기로 적격비용을 산정해야 한다. 카드사들은 이 적격비용을 토대로 자율적으로 최종 수수료율을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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