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 폭발’ BP, 국내외 비난에도 임직원 똘똘 뭉칠 수 있었던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0일 11시 30분


2010년 7월 15일, 세계 2위 석유회사인 BP의 송유관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152일 동안 엄청난 양의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 BP는 국내외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고, 내부 임직원도 크게 동요했다. 초일류기업, 환경보호의 선두주자라는 기업의 가치가 훼손된 것에서 나아가 회사에 대한 실망감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까지 이어졌다. BP는 이런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었을까?

제니퍼 루이스 페트리글리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 교수는 위기가 닥쳤을 때 내부 직원과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사례연구를 했다. 그는 사건 발생 후 BP의 경영진이 무너진 직원들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한 점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BP는 우선 회사 직원들이 예전처럼 “초일류기업의 이미지가 곧 나의 모습”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썼다. 직원들이 그 동안 갖고 있었던 정체성 중에서 재설계가 필요한 부분과 제거해야 할 부분을 선별했다. 또 회사와 직원과의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가 책임지는 모습을 전달해 직원들의 신뢰를 다시 얻고자 노력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BP의 직원과 경영진은 원유 유출 사태 이후에 여러 가지 일들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외부충격으로 인해 회사에 대한 사회적 정보나 평가가 부정으로 변할 경우 직원들은 심각한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이로 인해 임직원들이 큰 타격을 입으면 재기를 모색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외적인 악재를 겪은 기업들이 가장 먼저 살피고 챙겨야 할 곳은 다름 아닌 직원들이다.

리스크 관리가 경영계의 화두가 돼 가고 있으나 정작 내부 인력들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시점에서 본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외부악재가 직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정서까지 챙기려는 글로벌 기업의 세심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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