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이 2025년이라고 가정해요. 어떤 기술이 필요할지, 또 그 기술을 구현하려면 어떤 파트너와 협력할지 역(逆)으로 추적해 성장동력을 찾지요.”
독일 중서부 라인 강 끝자락에 위치한 뒤셀도르프의 헨켈 본사에서 만난 신사업 개발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헨켈은 139년의 장수 기업이지만 회사의 시계는 미래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헨켈 매출액의 절반 정도는 개발한 지 3년도 안 된 제품에서 나온다.
헨켈은 주방용 칼로 유명한 헹켈과는 다른 회사로 세제 퍼실(Persil)과 살충제 홈키퍼, 홈매트 등을 생산한다. 주력산업은 접착제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 164억2800만 유로(약 22조 원) 가운데 접착제 사업은 49%로 세계 1위다. 1876년 세제회사로 출발한 헨켈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세제를 포장할 접착제를 구하지 못하자 자체적으로 접착제를 개발했다. 헨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고기능 접착제를 개발하기 시작해 현재는 과자나 음료의 패키지부터 박음질을 하지 않는 의류, 휴대전화와 자동차 등에 접착제를 납품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항공 민간기업인 ‘스페이스엑스’가 개발 중인 로켓에도 헨켈의 접착제가 들어간다.
헨켈이 접착제 사업을 고도화할 수 있었던 데에는 회사 내 ‘신사업&스카우팅 사업 부문’의 역할이 컸다. 이곳은 최소 5년 이후의 시나리오를 상정한다. 예컨대 투명한 디스플레이와 숨쉬는 콘크리트벽, 인공지능이 내장된 기기 등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이에 따라 어떤 사업을 해야 할지 계획을 수립한다.
헨켈은 이런 기술을 구현할 내부 스타트업을 본사에서 비행기로도 1시간 이상 떨어진 뮌헨에 만들었다. 본사와 가까이 있으면 기존 사업의 논리에 따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고 조직 내 위계질서의 영향을 받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기술의 상업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화학 물리학 경영 등 전문가로 팀을 이루되 경영 전문가를 팀장으로 앉힌다. 이들은 오스람 필립스 BMW 등의 기업들과 접촉하며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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