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보장에 연봉2배 조건 매력… 中선 실력좋은 한국조종사 선호
국내에선 임금피크제 등 장래불안… 대한항공-아시아나 2015년 71명 퇴사
근무 25년차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대한항공의 베테랑 기장 A 씨는 요즘 외국계 항공사로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동료 조종사가 중동계 항공사로 이직한 뒤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그 동료는 1억 원대였던 연봉이 2억 원대로 뛰었고, 직계가족만 쓸 수 있는 비행기표를 주는 대한항공과 달리 누구나 쓸 수 있는 ‘무기명’ 비행기표를 1년에 20장씩이나 받고 있다.
하지만 A 씨가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정년 문제. 대한항공에서 곧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면 57세부터는 연봉이 깎이고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소문이 조종사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하지만 중동계 항공사에서는 65세까지 정년을 보장해 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직하는 동료들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A 씨는 중국 항공사들이 조종사 대상으로 이직 설명회를 개최하는 자리에 찾아가 볼까 하는 갈등을 느낀다. 직무와 경력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5000만 원 정도다.
중국과 중동 항공사들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조종사들 스카우트에 적극 나서 국내 항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베테랑 조종사들을 다 빼앗기는 데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조종사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국토교통부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상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항공사에서 퇴직한 한국인 조종사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 해에 퇴사하는 조종사가 20∼30명이었지만, 올해는 7월까지만 이미 42명이다. 아시아나항공도 7월까지 29명이 퇴사해 지난해 전체 퇴사자 수인 31명에 근접했다.
이 퇴사자들 대부분은 중국이나 중동 항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전 세계적으로 항공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특히 중국 중동 항공사들이 급성장하고 있어 이 지역 항공사들은 전 세계에서 조종사들을 구하느라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한국인 조종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한국인 조종사들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국인 조종사들의 실력이 좋은 데다 중국인들이 역사 문제로 일본인 조종사들을 싫어해 중국에서 한국인 조종사에게 특히 구애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게시판에 올라온 중국난팡항공의 조종사 모집 글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이직 1년차에 기본월급 1만9000달러(약 2250만 원·연봉 약 2억7000만 원)에 위험수당을 월 500달러 추가로 지급하고, 주거비로 월 5000위안(약 93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국내 항공사 조종사들은 회사에 자신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회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퇴직 조종사 7명은 서울남부지법에 대한항공을 상대로 “되가져간 교육비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조종사가 근속 연수 10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면 회사가 1인당 수천만 원씩 부담한 교육비를 반환해야 하는데, 이것이 사실상 ‘노예계약’이어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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