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에너지산업이 구원투수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세계 경제에 다시 거대한 폭풍이 몰아닥치는 듯하다. 지난 20년간 세계 경제는 동남아, 미국, 유럽발 위기들을 잇달아 겪었다. 최근에는 설마 했던 중국마저 요동치고 있어 중국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일부 비관론자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오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한다.

대외 여건에 매우 취약한 한국 경제는 위기 때마다 경고등이 켜졌다. 하지만 그때마다 환율의 도움을 받은 조선산업, 품질로 일본을 따라잡은 자동차산업, 중국 소비자를 매혹시킨 정보기술(IT)산업 등이 효자 역할을 했고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대외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논리가 ‘내수 주도 위기 극복론’이다. 하지만 어떤 시기든 내수가 진작돼 한국 경제가 위기를 헤쳐나간 적이 없다. 구원투수는 항상 해외에서 등장했다.

중국이 요동치고 있는 요즘 시장 여건이 어려울수록 우리는 새로운 해외의 먹을거리를 찾아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유망한 부문 중 하나가 에너지산업이라고 본다.

최근 십수 년간 한국 기업의 해외 발전시장 진출 성적은 눈부시다. 한국전력만 봐도 20여 개의 해외 전력사업이 모두 흑자를 내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대체로 선전하고 있다. 특히 세계 원자력발전 건설현장 중 유일하게 공기를 맞춰가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사업도 이미 운영단계로 진입하는 등 국부 창출에 천문학적 기여를 하고 있다. 해외 발전사업은 설계, 기자재 제작, 운송, 건설, 운영, 유지·보수 등 사업 범위가 광범위하고 사업 기간도 운영 기간을 포함해 20∼40년이라 장기간 수익을 내는 구조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셈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에너지 효율화 산업에서도 빠른 속도로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에너지저장장치(ESS), 마이크로그리드 등이 그것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도입, 빅데이터 활용, 드론 실용화 등으로 전력시설산업은 ICT에너지 융합산업으로 꽃피고 있다.

ICT에너지 융합기술이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을 가능케 하고 전기차 보급도 촉진한다. 에너지수요관리라는 새로운 산업이 등장해 지지부진한 신재생에너지산업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유엔은 효율적인 에너지산업이 발달하면 현재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5%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본다. 신에너지산업은 ‘제5의 물결’로 불리는 ICT에 이어 세계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제6의 물결’이라고 볼 수 있다.

한전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민간 부문 에너지회사, 건설회사, 종합상사 등과 손잡고 세계시장의 교두보를 선점하고자 전력질주하고 있다. 이미 캐나다, UAE,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에서 적지 않은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ESS와 인공지능형 전력망을 이용하는 에너지 자립섬 프로젝트는 매우 매력적인 상품으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에너지 분야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모든 나라가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일전을 치르려 하고 있다. 한전이 전남 나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밸리’ 구축도 우리 에너지 기업들이 힘을 모아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도 에너지산업이 경제위기 탈출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점을 인식해 관련법 제정과 범정부적 지원대책을 서둘러 수립해야 한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