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에서 초가을로 이어지는 절기를 중국 출장지에서 보냈다. 한류상품박람회(KBEE), 동북아박람회, 한중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이어진 일정을 소화하느라 열흘 정도 중국에 머물렀다. 중국 방문은 올해에만 벌써 다섯 번째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이 넘는 최대시장이니 방문이 잦을 수밖에 없다.
올 들어 우리의 대중 수출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위안화 평가절하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등 주종 품목들의 수출 감소가 크다. 뿐만 아니라 생산 코스트 상승에 따라 대중 수출의 절반이 넘는 중간재 중심의 가공무역 수출도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연유로 올 들어 우리의 대중 수출은 7월까지 작년 대비 2.8%가 감소했다.
이런 전환기적인 국면에서는 우리의 중국 진출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이전에도 누차 제기해온 것이지만, 소비재 분야를 앞세운 중국 내수시장 공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국 소비자들은 소득 수준의 향상과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 증대로 생활용품, 화장품, 의류 등의 분야에서 높은 구매력을 보인다. 따라서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 소비재 제품의 선호도가 높은 점을 잘 활용하면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내륙 도시를 방문해보면 중국의 내수시장이 막 열리기 시작했음을 실감한다. 이들 시장은 우리의 또 다른 거대시장이다. 대중 수출품목 중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3%(2015년 상반기 기준)에 불과하다. 성장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맞아 상하이에서 개최된 한류상품박람회와 한중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는 소비재 품목의 중국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사흘간 열린 한류상품박람회의 인기는 대단했다. 문화콘텐츠, 정보통신기술(ICT), 패션 및 뷰티, 프랜차이즈 등의 분야에서 많은 기업이 참가했는데, 계속 몰려드는 인파를 보면서 중국시장 개척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중소기업 제품과 한류 스타의 브랜드를 접목한 스타 마케팅이 압권이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과 손잡고 한류 비즈니스를 확대할 방안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회담 기간에 개최된 한중 비즈니스 파트너십도 다양한 신산업 분야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앞둔 시점에서 환경, 의료·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중국의 신성장동력 산업과 농식품 및 소비재 등 소비시장으로의 진출을 앞당기는 자리였다. 계약추진 성과도 컸다. 두 차례에 걸친 1 대 1 상담회에서 총 43건에 2억8000만 달러의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이번 행사에서 입증되었듯, 우리가 강점을 지닌 IT 융합과 문화콘텐츠 분야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의 잠재력이 크다. IT 기능이 접목된 가정용 의료기기들은 고급 소비시장 공략에 적합하고,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분야는 대박 상품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류의 열기를 상품과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려는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최근 중국 경제의 향방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란이 많다. 그러나 현지에서 느끼는 중국은 우려할 만큼 어렵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갈수록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면에서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는 미시적인 시각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일 때다. 또 다른 중국시장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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