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이라는 이름의 시대, 이러한 자폐와 실망의 시대에 우리 주변에 마지막까지 남은 카세트테이프들이 세상에 은은한 빛이 되고 있다. ―‘카세트테이프 대전’(오가미 아키히로 등·다쓰미출판주식회사·2015년) 》
음악은 청춘이자 추억이다. 물론 음악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음악을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오르고 아련해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음악을 담는 그릇 이른바 음반 중에서도 유독 추억이 깃든 매개체가 있다. LP와 함께 1960∼19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카세트테이프, 특히 ‘공테이프’다.
공테이프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는 라디오다. 지금의 30, 40대들은 ‘별이 빛나는 밤에’, ‘영팝스’ 등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녹음해 나만의 모음집을 만들었다. 좋아하는 연인이 생기면 백 마디 말 대신 스티비 원더의 ‘유 아 더 선샤인 오브 마이 라이프’ 같은 사랑 노래를 녹음해 건넨 기억도 있다. 음반 살 돈이 없어 친구에게 음반을 빌려 더빙해 듣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카세트테이프가 LP나 CD와 달리 마음대로 녹음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60분짜리 혹은 90분짜리 공테이프에 녹음을 하는 나는 광활한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요, 이런 저런 콘텐츠를 싣는 편집장이 되곤 했다. ‘내 멋대로’의 미학이 주는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7월 일본에서 발간된 ‘카세트테이프 대전’은 공테이프 산업의 역사를 통해 이런 추억들을 담아냈다. 1966년 ‘소니’의 공테이프 ‘C60’을 시작으로 TDK의 1972년 히트작 ‘SD’, 1973년 ‘맥스웰’이 내놓은 ‘LN’ 등 각 브랜드의 대표작들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스매트’나 ‘새한’ 공테이프도 포함됐을 것이다.
카세트테이프의 역사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규 앨범, 김광석 헌정 앨범 등이 카세트테이프로 한정 생산된 바 있다. 스마트폰, MP3플레이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얘기들이 ‘쉰내’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0초 만에 다운로드 받고 싫증나면 ‘삭제’ 버튼을 누르는 ‘디지털 키즈’는 모를 것이다. 언니 오빠들이 왜 그토록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 공테이프에 음악을 담았는지. 음악은 그들의 청춘이자 추억이기 때문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