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주시기 조정해도… 전세시장 아우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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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월 이주 늦춘 서울 고덕주공3-개포시영 가보니

10일 서울시가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와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 이주 시기를 각각 2개월, 4개월 미룬다고 발표하자 이주를 준비하던 
주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개포시영아파트 입구에 이주 상담을 해준다는 내용의 조합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0일 서울시가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와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 이주 시기를 각각 2개월, 4개월 미룬다고 발표하자 이주를 준비하던 주민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14일 개포시영아파트 입구에 이주 상담을 해준다는 내용의 조합 현수막이 걸려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주 비용은 지금 못 드려요. 재건축사업 인가가 나야만 받으실 수 있습니다.”

14일 오전 11시경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3단지아파트 재건축조합 사무실’. 조합 직원들은 쉴 새 없이 울리는 조합원들의 문의 전화에 응대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고덕3단지의 이주 시기를 2개월 늦춘다고 발표한 뒤 ‘도대체 언제 이주할 수 있느냐’는 조합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다음 달 전세계약이 끝나 조합에서 받을 이주비로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을 마련하려던 집주인들이 특히 난감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10일 전세난 완화를 위해 강동구 고덕주공3단지와 강남구 개포시영아파트의 관리처분인가를 각각 2, 4개월 후로 미루기로 하자 이 지역 부동산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당초 고덕주공3단지(2580채)는 다음 달부터, 개포시영아파트(1970채)는 이달부터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이주비를 기다리던 집주인들은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시간을 벌었다며 안도하고 있지만 이사를 서둘러야 하는 학부모 등 대다수 세입자는 발이 묶였다며 불평하고 있다. 일부 지역 재건축조합이 서울시에 이주 일정 조정결정 철회와 피해보상 등을 요구할 계획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일부 조합 “조정 철회 안하면 법적 대응”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서울시에 이번 이주 조정결정 철회를 요청할 계획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주 지연에 따른 피해보상도 청구할 계획이다. 이승희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이날 “서울시가 이주 일정 조정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이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이주 시기가 늦춰지면 아파트 공사비, 조합 운영비 등이 늘어나 조합원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이 조합장은 “시공사에 내야 할 건축비에 착공 시점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하기로 했다”며 “이주가 1개월 미뤄질 때마다 9억 원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분양시장이 침체될 때 재건축 아파트를 분양하면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 전문가 “세제혜택 통해 전세공급 늘려야” ▼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이후

서울시는 가을철 전세대란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전세난을 잠재우기 위해 이주 시기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세난이 재건축 이주 시기 조정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전세난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 만성 전세난, 근본적 해법 찾아야

서울시가 이주 시기를 조정하면서 당장 전세를 구해야 하는 부담을 던 세입자들은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대다수 세입자의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졌다. 개포시영아파트의 전용면적 40m²에 사는 전세 세입자 김모 씨(45·여)는 다음 달 계획했던 이사를 내년 1월 이후로 미뤄야 할 상황이다. 집주인이 재건축사업 인가가 난 뒤 이주비를 받아 전세금을 돌려주겠다고 버티고 있기 때문. 김 씨는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위해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집을 구해야 하는데 시간이 빠듯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포시영아파트 근처 소망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개포시영아파트 전세금이 6000만∼1억 원 정도인데 이 돈을 한꺼번에 내줄 수 없는 집주인이 많아 세입자들과의 다툼이 늘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세난 해결을 위해서는 이주 시기 조정 등의 대증요법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30년간 공인중개업을 해온 서울부동산 관계자는 “사실 재건축 이주 조정은 부동산시장이 좋았던 2011년 전후 나왔어야 하는 대책”이라며 “전월세 정책은 20, 3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를 놓는 다주택자들에게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줘서 전세 공급을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천호성 기자
#재건축#전세시장#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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