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는 길에 알록달록 벽화… “골목이 환해졌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5일 03시 00분


[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2>삼성전자-수원 지동시장

10일 수원 팔달구 지동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다. 낡은 건물들이 화사해지면서 지역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0일 수원 팔달구 지동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벽화를 그리고 있다. 낡은 건물들이 화사해지면서 지역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큰 연못이 있다’는 의미로 지동(池洞)이란 지명이 붙은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마을. 수원 화성과 같은 문화재가 곁에서 숨쉬는 역사도시이지만, 그 때문에 고민도 깊었다. 문화재로부터 500m 거리에 있어 건물 증·개축에 제한이 많은 데다 10년 동안 재개발 문제로 방치된 건물이 많아 동네 골목길이 어둡고 다니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 지동이 변하고 있다. 2011년부터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시작된 ‘지동벽화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낡은 건물들을 새롭고 아름답게 변화시키고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5년 차에 접어든 이 프로젝트는 그동안 ‘벽을 넘어 사람 속으로’ ‘생태! 골목에 심다’ ‘동심, 골목에 펼치다’ ‘한글과 결합된 골목디자인’처럼 골목별로 주제를 정해 진행해 왔다. 삼성전자가 낡은 담장을 보수할 자재와 벽화 디자인 재료를 후원해 지금까지 2520m가 완성됐다.

올해 시작한 ‘시장 가는 정겨운 골목길 만들기’는 그동안의 대장정을 마무리 짓는 결승점이다. 수원에는 전통시장이 22개나 있을 정도로 전통시장이 발달돼 있고, 그중 3개가 지동에 있다. 지동·못골·미나리광 시장이 수원천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러나 골목길이 어둡다 보니 큰길가를 따라 주민들이 이동해야 될 때가 많았고, 수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특별히 지동시장을 찾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

10일 수원 지동마을을 찾았을 때, 자원봉사자들은 낡은 벽에 초록색과 연두색으로 알록달록하게 벽 하단에 튀어나온 돌에 페인트칠을 하고 있었다. 정성스러운 붓질이 계속됐다. 밑그림을 비롯해 색깔 배합의 자문을 맡은 유순혜 한신대 교수는 “각 골목의 특성이나 형태에 맞게 밑그림을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골목에 이미 설치돼 있는 파이프나 배수관은 형태 그대로 살려 코끼리 그림의 ‘코’나 그림의 한 부분으로 활용하는 식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준다.

아스팔트가 꺼진 부분이나 벽에 금이 간 부분도 이 기회에 확실히 손보고 있다. 계단 폭이 좁아 아이들이 내려가기 어려웠던 곳들도 보강했다. 신성용 지동주민센터 총괄팀장은 “어둡고 사각지대가 많았던 골목 자체가 밝아지고 사람이 자주 다니면서 범죄율이 줄고 안전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 304건에 달했던 지동 내 강력범죄는 2014년 192건으로 줄었다. 처음에는 “왜 우리 집 벽에 낙서를 하느냐”며 안 하겠다고 손사래 치던 주민들도 앞다퉈 “우리 집 앞에도 예쁜 그림을 그려 달라”며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골목이 아름다워지니 쓰레기 투기율까지 덩달아 줄었다.

이런 벽화작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자원봉사자들의 뜨거운 열정 덕분이었다. 지역 아동문학작가와 동네 주민들이 나섰고, 삼성전자 직원들이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찾았다. 이곳을 찾아 녹을 벗기고, 페인트칠에 참여한 삼성전자 직원과 가족들은 1만2000명이 넘는다. 8년 전 불이 나 방치되어 있던 지동연립주택 바깥벽 그을음을 깨끗이 청소한 것도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시장 가는 정겨운 골목길’이 완성돼 10월 말 완공식이 진행되면, 이 길 끝에 있는 지동·못골·미나리광 시장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화 같은 벽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향할 수 있도록, 바닥에도 화살표로 시장 가는 길을 표시할 예정이다.

세 시장은 지리적으로는 붙어 있지만, 각기 개성이 다르다. 식재료를 살 수 있는 못골시장에서는 매주 화·목 오후 1∼2시 ‘못골 온에어’라는 시장 내 방송을 한다. 상인들이 직접 방송 멘트를 쓰고 신청곡도 받는다. 시장 아케이드를 타고 흐르는 1980, 90년대 추억의 팝송과 은은한 연주곡이 낯설기도 하다. 지나친 호객 행위가 아닌,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쇼핑을 할 수 있다 보니 소비자들도 편안하게 장을 본다. 상인들의 반응도 좋아 8년 전 시작된 이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식자재를 못골시장에서 본 후, 외식을 하고 싶다면 지동 순대타운은 어떨까. 40여 개 순대 맛집이 한 건물에 입주하고 있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순대를 맛볼 수 있다.

가족 나들이로 수원 화성과 지동을 함께 엮은 코스도 생각해 볼 만하다. 수원 화성행궁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줄어든 관광객을 늘리고자 30일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정조가 현릉원에 행차할 때 임시 거처로 사용했던 곳으로 스탬프를 곳곳에 갖춰 놓아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스탬프 10개를 찍으면서 정조가 수원을 자주 찾았던 이유를 이야기하며 함께 걸을 수 있다. 60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있어 소원을 빌 수도 있다.

지동 벽화마을이 완성되면 벽화골목과 시장으로 이어지는 길도 명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벽화골목을 감상한 후 수원제일교회 노을빛 전망대를 오르면 수원 전역이 모두 내려다보인다.  
▼ 장보기 인증샷 올리면 상품권… 어린이 1500명에 경제교육… ▼

삼성, 시장살리기 행사 다양
직원들 복지시설 방문때 시장 들러 김치 식재료-과일-떡 구매해 전달

수원시 장안구 파장전통시장을 최근 방문한 홍승록 씨 가족이 환한 표정으로 찍은 공모전 참여 사진. 홍 씨는 “어린시절 어머니와 
손잡고 오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앞으로 아이들과 자주 전통시장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승록 씨 제공
수원시 장안구 파장전통시장을 최근 방문한 홍승록 씨 가족이 환한 표정으로 찍은 공모전 참여 사진. 홍 씨는 “어린시절 어머니와 손잡고 오던 기억이 떠올랐다”며 “앞으로 아이들과 자주 전통시장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승록 씨 제공
전통시장은 몇 번 경험해 보면 그 매력에 풍덩 빠진다. 다만 그 처음 시작이 어려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인근 전통시장의 경기를 살리고,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매력을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전파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주목받고 있다.

1일부터 시작한 ‘전통시장 살리기 수원시민 공모전’은 메르스 사태가 간신히 끝났지만 여전히 소비가 위축되어 있는 수원지역 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공모전에 참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수원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수원 소재 전통시장에서 물품을 사고 인증샷을 촬영한 후, 간단한 사진설명과 함께 접수 이메일(digitalcity@samsung.com)로 보내면 된다. 9∼11월까지 석 달간 진행되는데 매달 500명을 추첨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온누리 상품권’ 3만 원짜리를 선물로 준다. 온누리 상품권을 갖고 다시 전통시장을 찾아 소비를 하도록 한 것.

이번 달 응모 사진은 25일까지 접수해 10월 2일에 당첨자를 발표한다. 당첨 확률은 △자신의 얼굴과 구매상품을 함께 넣어 촬영할 경우 △함께 시장에 간 사람들 얼굴을 많이 넣어 촬영할 경우 △전통시장 후기를 작성하는 경우 높아진다.

예를 들면, 가족과 다 함께 시장 나들이를 한 후, 장 본 식재료들과 함께 인증샷을 찍거나 시장 맛집에서 데이트 인증샷을 찍으면 좋다. 공모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samsungdigitalcity.com/43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52개 수원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전통시장을 통해 재화와 교환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는 경제 교육을 10월에 시작한다. 희망자 중 선착순 1500명에게 어린이 1명당 2만 원을 주고, 과일이나 농산물을 낱개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어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물건도 사 보고, 교환에 대해 배워 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3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수원시 내 복지시설에 갖다 줄 마늘장아찌와 포기김치를 담근다. 담글 때 필요한 식재료 전체를 지역사회 전통시장에서 구매할 방침이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람이 찾아가고, 또 찾아가면서 상권이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위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인근 전통시장을 찾는다. 삼성전자 화성·기흥 나노시티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은 봉사활동을 나가기 전, 반드시 전통시장에 들르는 ‘출동! 시장 체험단’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7월부터 8월 말까지 용인중앙시장, 화성 발안만세시장, 평택 송북시장, 오산 오색시장에 6440명이 총 369회 찾아가 100여 개 복지시설에 전달할 쌀, 과일, 떡, 이불, 의류를 구매했다. 이런 노력에 대해 용인중앙시장 상인회에는 최근 감사패를 전달했다.

수원=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벽화#삼성전자#지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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