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창업 삼성전자 출신 3명, 세계 최초 통화UX ‘팁톡’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손가락을 귀에 대면 전화통화 소리가 들려요”

지난달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이놈들연구소’를 창업한 최현철 최고경영자(CEO), 전병용 최고정보책임자(CIO), 윤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왼쪽부터)가 ‘팁톡’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찬 채로 손가락을 귀에 갖다 대면 손가락을 
통해 상대방의 목소리가 내 귀에만 들리는 기능으로 내년 상반기 판매가 목표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삼성전자를 그만두고 ‘이놈들연구소’를 창업한 최현철 최고경영자(CEO), 전병용 최고정보책임자(CIO), 윤태현 최고기술책임자(CTO·왼쪽부터)가 ‘팁톡’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찬 채로 손가락을 귀에 갖다 대면 손가락을 통해 상대방의 목소리가 내 귀에만 들리는 기능으로 내년 상반기 판매가 목표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까지 삼성전자에 멀쩡하게 잘 다니던 ‘똑똑한 놈, 멋진 놈, 발랄한 놈’이 대뜸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다. 10일 법인 설립을 마친 ‘이놈들연구소’다. 친정인 삼성전자는 이들을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사표를 적극 권장했다. 14일 이들을 직접 만나 그 사연을 들어봤다.

시작은 삼성전자 DMC연구소 선임 출신인 최현철 이놈들연구소 대표(32)가 지난해 5월 사내 ‘C-랩(Lab)’ 공모전에 낸 아이디어가 연구지원과제로 당선되면서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분위기를 격려하고 벤처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2012년부터 운영 중인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가 1991년부터 운영해 온 국내 학·석사 대상 소프트웨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인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도 이들의 창업 도전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 대표가 동업하자고 손을 내민 윤태현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책임(34)과 전병용 선임(32) 모두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출신. 대학 시절 서울 강남구 논현로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 센터에서 함께 먹고 자며 “우리 언젠간 꼭 창업하자”며 같은 꿈을 꿔왔던 형, 동생 사이다.

이들이 낸 아이디어는 손가락 등 인체 일부를 매개체로 활용해 소리를 전달하는 세계 최초 통화 UX(사용자경험) ‘팁톡(Tip Talk)’이다. 야구장 등 시끄러운 곳에서 통화할 때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워치에 모션 인식 모듈을 달았다. 스마트워치를 손목에 찬 채 손가락을 귓구멍에 대면 블루투스 이어폰 대신 손가락을 통해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끄러운 곳뿐 아니라 사무실처럼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곳에서도 통화하기 좋다.

이들은 지난해 7월 1일부터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본격적으로 현업에서 손을 떼고 꼬박 1년간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기술 찾기에 몰두했다. 삼성전자는 C-랩 과제에 선정된 직원들에게 예산과 사무실을 지원하며 자율 출퇴근을 허락한다. 이 기간 동안 보고 과정은 최소화하고 고과 역시 과제 성과에 따라 매겨진다.

최 대표는 “삼성소프트웨어멤버십을 하면서 원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기술 찾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교육받았다”며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잘돼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쉽게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이들이 무사히 창업하기까지도 친정인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이 지원했다. 사표 내기 직전 회사는 외부 에인절 투자자와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실패해 문을 닫은 스타트업의 CEO를 강사진으로 꾸려 ‘속성 세미나’를 열어줬다. 전 선임은 “회사에서 ‘망하면 언제든 돌아와도 된다’는 조건을 내걸어준 덕에 아내 등 걱정하는 가족들도 설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막 사무실만 차렸을 뿐 특허도 출원 진행 중이고, 회사 로고부터 간판까지 아직 만들어 나가야 할 일이 태산이다. 하지만 이들은 “회사원 시절에는 보지 못했던 큰 숲을 보는 느낌”이라며 “다시 회사로 돌아갈 계획은 없고 오로지 성공할 생각뿐”이라고 했다.

이놈들연구소(Innomdle Lab)는 ‘이노베이션 메들리 랩’(Innovation Medley Laboratory)의 줄인 말로, 음악 한 곡이 끝나기 전 다른 곡이 시작되는 메들리처럼 혁신이 끝나기 전 또 다른 혁신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삼성전자#통화ux#팁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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