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를 생산하는 FCA의 세르조 마르키오네 최고경영자(CEO)와 데니스 윌리엄스 미국전미노조연합(UAW)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테이블에 앉았다. 4년 만에 진행된 임금 및 단체협상의 잠정합의안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이중 임금제’를 장기적으로 없애 나가는 한편, 회사의 미래 가치를 키우기 위해 노조원들이 받는 건강보험 비용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FCA 등 ‘디트로이트 빅3’는 경영 실적이 악화되자 2007년 이중 임금제를 도입했다. 2007년 이전 입사한 고숙련 근로자들은 시간당 임금으로 최대 28.50달러를 받고, 이후 입사한 저숙련 근로자들은 최대 19.28달러를 받는 것이다. 마르키오네 CEO는 이를 “불공평한 본성”이라며 “점차적으로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이 합의에 따라 앞으로 저임금 근로자는 수년에 걸쳐 최대 25달러까지 임금이 오르게 된다. 어려운 시기에 입사했다는 이유로 적은 임금을 받았던 근로자들에게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기로 했다. 윌리엄스 위원장은 “이번 협상에서 희생한 근로들에게 보상하고, 증가하는 건강보험비용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FCA 노조원 3만6000명은 7∼10일간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벌인다. 이번 협상에서 고임금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일부 포기했고, 회사가 노동구조의 이중성을 해소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은 명확하다.
국내 산업계의 현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청년 실업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가 타협점을 찾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곳곳에서 노사가 대립 중이다. 현대자동차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조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노조는 거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의 ‘임금 동결안’을 거부하고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전면파업 31일째를 맞는 금호타이어는 누적 매출손실이 16일 현재 1330억 원에 이른다.
FCA와 UAW는 이번 합의의 원동력으로 ‘신뢰’와 ‘소통’을 꼽았다. 경기 침체와 후발주자의 추격으로 위기에 몰린 국내 산업계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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