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은복 씨(56)는 얼마 전 인천 남구 도화동에 들어서는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e편한세상 도화’의 전용 84m² 입주자로 당첨됐다. 그동안 인천의 다세대주택에서 전세를 살았던 이 씨는 “월세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8년간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에 끌렸다. 전철역도 가까워 입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중산층 주거 안정을 목표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뉴스테이 사업이 17일 첫발을 뗐다. 이날 e편한세상 도화 사업지에서 열린 ‘1호 뉴스테이 착공식’에는 민간 아파트 행사로는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뉴스테이에 대한 정부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 30, 40대 중산층 뉴스테이 선호
박 대통령은 이날 착공식에 참석해 “뉴스테이는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하는 중산층 주거 혁신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뉴스테이 주변의 임대주택들도 이제는 과도한 임대료를 요구하기 힘들어져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뉴스테이 공급 촉진지구’로 지정해 사업 부지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공공택지나 재개발 재건축 부지도 적극 활용토록 할 것”이라며 “올해 1만8000채를 시작으로 2017년까지 6만 채 이상의 뉴스테이를 공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테이란 민간회사가 건설과 운영을 하는 장기임대주택이다. e편한세상(대림산업), 푸르지오(대우건설), 꿈에그린(한화건설) 등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민간 건설사 브랜드가 붙는 것도 특징이다. 사업자는 임대 기간 중 임대료를 연 5% 이상 올리지 못한다. 세입자가 원하면 8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첫 뉴스테이 아파트인 ‘e편한세상 도화’는 전용 59m²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43만 원, 84m²가 보증금 6500만 원에 월세 55만 원이다. 이달 4, 5일 진행된 입주자 모집의 평균 경쟁률은 5.5 대 1이었다. 최근 1년간 인천 분양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2.6 대 1)의 갑절이 넘는 수준이다.
‘e편한세상 도화’ 입주자의 절반 이상이 30, 40대 중산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와 대림산업이 이 아파트의 당첨자 9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당첨자의 29.1%는 30대, 21.4%는 40대였다. 당첨자의 평균 소득은 월 319만 원이었다. 응답자의 36.2%는 ‘피트니스센터 운영’을, 21.1%는 ‘생활편의 제공’을 가장 원하는 서비스로 꼽았다. 이에 따라 대림산업은 실내 골프장, 커뮤니티 시설 등을 설치하고 절약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을 도입해 분양 아파트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 규제 없애고 역세권 등으로 확대해야
국토부는 12월 기존 임대주택법을 전면 개정한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시행을 계기로 뉴스테이를 임대주택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뉴스테이 공급 촉진지구로 지정해 땅을 신속히 확보하고, 공공택지 및 재개발 재건축 용지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을 바꾸고 중산층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는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에만 경기 수원시 오목천동에 들어서는 ‘수원 권선 꿈에그린’(한화건설·2400채),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의 ‘푸르지오 행복마을’(대우건설·1135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e편한세상 테라스 위례’(대림산업·360채) 등이 입주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국토부 측은 “임차인 자격, 초기 임대료 등에 대한 규제를 없애고 사업자에게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제공해 뉴스테이를 적극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뉴스테이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임차 수요자들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역세권 등 좋은 입지를 확보한다면 수요자가 더 늘 것”이라며 “전세 거주자를 끌어들이려면 뉴스테이의 보증금을 다소 높이더라도 월세를 낮추는 식으로 월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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