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신운동 2차 연도 성과보고
금형열처리 기업 ‘스마트공장’ 도입… 불량률 ‘0’에 전기료 5000만원 아껴
中企 “대기업 소액투자로도 큰효과” 상의 “산업생태계 건강해져 고무적”
개인용 컴퓨터(PC)와 TV 등 가전기기의 틀이나 자동차 뼈대를 찍어내기 위한 금형(金型)의 열처리를 수행하는 경기 화성시 소재 중소기업 ‘새한진공열처리’.
직원 32명, 매출 40억 원 규모의 이 기업은 최근 3∼4%에 달하던 불량률을 거의 0% 수준으로 낮췄다. 또 열처리 작업 특성상 연간 3억 원에 이르던 전기비용을 5000만 원 이상 절감했다.
비결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스마트공장’이다. 이 회사는 올해 5월 생산관리시스템(MES)과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도입했다. MES를 통해 그동안 A4용지에 따로따로 기입하던 작업주문과 일지를 하나의 정보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영업부 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문 현황을 보내면 작업현장의 PC를 통해 자동 분배되고, 실시간으로 작업 현황을 체크하는 것이 가능해져 불량 발생을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EMS로 각 장비가 필요할 때만 가동되도록 조정이 가능해져 전력 사용량도 크게 줄였다.
이상일 새한진공열처리 대표는 “여러 거래처로부터 제품을 받아 열처리해 납품하다 보니 거래처 사정에 따라 작업량이나 패턴에 변화가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대당 수억 원의 금형을 못 쓰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불량률 감소는 획기적인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 생산공정 개선하니 고용과 투자도 늘어나
새한진공열처리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산업혁신운동 2차 연도 성과보고대회’에서 대표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산업혁신운동은 중소기업의 생산 혁신을 지원하는 국정 사업으로 2017년까지 총 1만 개 중소기업 지원을 목표로 한다. 2013년에 시작해 2차 연도(2014년 8월∼2015년 7월) 사업까지 종료됐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공동 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다.
2차 연도 사업 지원 대상이 된 중소기업은 총 2027곳. 1차 연도(1957곳)까지 합하면 4000여 곳에 이른다. 대한상의가 2차 연도 지원 대상 기업 중 1238곳을 조사한 결과 불량률 등 성과지표가 평균 64.3% 개선되고 금액으로는 연간 820억 원(기업당 6990만 원)의 절감 효과를 누린 것으로 집계됐다. 또 583개 중소기업이 1886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460곳은 240억 원을 신규 투자하는 등 고용과 투자에도 큰 효과를 냈다. 새한진공열처리처럼 스마트공장 시스템도 152개 기업이 새로 구축해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대기업의 지원으로 생산현장에서 혁신을 이뤄낸 기업도 많다. 매출 7억여 원, 종업원 7명의 소규모인 공작기계 중장비 부품 제조사 이원정밀은 1억 원을 투자해 3차원 측정기를 도입하면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전문가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를 통해 제조 ‘리드타임(주문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총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2% 수준이던 재작업률을 0.5%로 끌어내렸다. 또 직원 30명 규모의 자동차부품 제조사 조양산업은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공정 방법을 새롭게 수립해 생산성을 80% 높였다. 두산과 현대차를 포함해 총 57개의 대기업이 ‘멘토 기업’ 역할을 했다.
○ 제조업 ‘뿌리 기업’ 혁신 이어간다
대기업은 생산성 개선 활동을 한 해에도 수차례 진행한다. 그 결과 대부분 공장은 최첨단 자동화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전통적인 공정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곳이 많다. 이날 참석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많은 소규모 공장들이 제대로 된 전사 자산관리시스템(ERP)조차 없이 돌아간다”며 “이런 곳은 대기업 입장에서 소액의 투자만으로도 생산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혁신운동은 한국 제조업에서 이런 ‘뿌리 기업’들의 혁신을 통해 전체 산업계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대한상의는 3차 연도(2015년 8월∼2016년 7월)로 사업을 이어가면서 스마트공장 시스템 보급 대상을 339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참여 기업이 스스로 혁신 역량을 진단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혁신활동 표준 로드맵’도 구축하기로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처음으로 혁신을 피부로 느껴 봤다는 영세사업장부터 새로운 IT시스템을 적용해서 전 공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게 된 탄탄한 중소기업까지 산업혁신운동의 성공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산업 생태계가 점차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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