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1년(10월 1일)을 앞두고 미래창조과학부가 17일 보도자료를 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가계 통신비 인하 △단말기 출고가 인하 △이동통신사 간 요금·서비스 경쟁 등장 △이용자 차별 해소 △시장 신뢰 회복 △중저가 단말기 보급 확대 △소비자 선택권 확대 △합리적 소비 정착(번호이동보다 기기변경 증가) 등 10여 가지 변화를 담은 자료였다.
국민 관심사인 ‘가계 통신비 인하’에 대해서는 지난해 7∼9월 월평균 4만5155원에서 올해 8월 3만9932원으로 5223원 낮아졌다고 밝혔다. 다른 항목에 대해서도 일일이 수치를 제시하며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 반응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인터넷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단통법을 검색해 보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단통법 관련 기사에 달리는 수백 개의 댓글은 얼핏 봐도 90% 이상이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일부 국회의원은 단통법 폐기까지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단통법 시행 이후 최신 휴대전화 소비가 줄면서 국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고사(枯死) 직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테스트 베드(시험대)였던 한국 시장의 명성도 무색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죽하면 단통법 도입을 주장하던 LG전자가 두 손을 들었겠는가. 기기변경이 많아진 것도 미래부 주장처럼 합리적 소비가 정착됐기 때문이 아니라 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 간 경쟁이 사라진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래부가 이날 내놓은 자료를 보면 수치를 앞세워 “이만큼 성과가 있으니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론을 도외시한 채 정부가 정한 눈높이에 맞추라는 것 같다는 얘기다.
진정한 성과라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돼 있다. 지금은 미래부가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불만 가득한 여론을 “근거 없다”며 무시할 것이 아니라 달래고 어루만지면서 대안과 해결책을 모색할 때다. ‘눈높이 홍보’가 쉬운 일은 아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