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여의치 않은 경제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7년 이상에 걸쳐 각국 정부가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현재까지 세계경제는 근근이 유지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즉, 지난 7년간의 과정을 감안할 때 향후 세계경제는 기존의 정책이 유지돼도 추가로 얻을 것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이 때문에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리 내부의 결속이 더욱 절실해졌다.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각국은 엄청난 돈을 줄곧 풀어왔다. 미국에서는 전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가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린다고 할 정도로 돈을 풀었다. 유럽 중앙은행도 많은 자금을 살포했다. 뒤이어 일본이, 그리고 최근엔 중국이 뭉칫돈을 공급했다.
물론 우리도 상당한 자금을 살포했다. 또 2008년 이후 각국은 금리를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낮췄다. 그 결과 현재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0∼1%대로 낮아졌고 한때 이들 국가의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졌다. 한국과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2%대 초반인데 이는 1929년 대공황 이후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췄을 때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뿐 아니라 대다수 국가는 재정수입보다 많은 지출을 했다. 다시 말해 국민들을 먹여 살리려고 정부가 빚을 내 쓴 셈이다. 정부뿐 아니라 가계, 기업 등 전 경제 주체의 부채가 늘었다. 어찌 보면 세계경제는 금융위기 이전에 그랬듯 금융위기 이후에도 부채로 먹고산 셈이다. 세계 부채는 2007년 142조 달러에서 2014년 2분기 199조 달러로 늘었다.
문제는 이렇게 지극히 낮은 금리, 엄청난 통화 공급, 전 경제 주체의 부채 증가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세계경제가 현상 유지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물론 일부 국가의 경제가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내실 성장’은 매우 제한적이다. 예컨대 현재 완전고용 수준이라는 미국도 중산층의 소득이 금융위기 이전만 못하다. 고용의 질이 악화된 탓으로 고용의 질이 나쁘면 경제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사실 현재 세계경제 상황은 기존 경제이론으로는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어렵다. 자동화, 로봇, 전산 등이 경제의 핵심인 고용 창출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웬만한 상품은 공급 과잉 상태다. 이 때문에 2007년 이전에 6개월∼1년이면 성과를 냈던 재정 및 금융정책의 효과는 과거보다 희석됐다. 더구나 두 정책은 자칫하면 부채를 늘리는 부담도 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셈이다.
그래서 각국은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틈만 나면 수출 확대로 자국의 고용을 창출하려 한다. 세계적으로 경제 파이가 커지지 않으니까 남의 것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돈을 풀고 엔화가치를 떨어뜨려 한국 경제를 ‘궁핍’하게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말에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했는데 각국 형편이 어려워졌기에 한국이 기댈 곳도 없어졌다. 내부의 역량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노사정 협력, 국내 기업 간 협업을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규제 완화 등 모든 부문에서 파격적인 변화가 절실해진 이유다. 이번 노사정 타협이 그 변화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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