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주변학교 지원… ‘강남 8학군’ 부럽지 않은 명문으로 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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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경영혁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발전소 주변 주민들에게 뛰어난 생활 환경을 제공하는 데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냉각재로 쓸 물이 많이 필요한 원자력발전의 특성 탓에 발전소 대부분이 바닷가에 있어 인근의 교육 인프라가 열악했다. 하지만 한수원의 꾸준한 지원 정책으로 원자력발전소 인근 학교들이 ‘강남 8학군’ 못지않은 명품 교육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수능 영어 ‘1위’, 사격 ‘전관왕’ 학교 배출

경북 울진군의 울진고등학교는 지난해 대입 수능 시험의 영어A 영역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울진고 수험생 97명 중 24%가 1, 2등급에 포함된 덕에 울진군 역시 국어 A영역에서 전국 17위에 오르며 지역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됐다. 이러한 성과에는 울진고 학생들의 노력뿐 아니라 한수원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지역사회의 평가다. 울진고는 한수원으로부터 원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으며 자율형 공립고로 전환했고, 우수한 교사진을 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울원자력본부는 이 외에도 발전소 주변 9개 초중고교에 기자재 구입과 원어민 영어강사 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영어마을 연수와 같은 다양한 교외 프로그램도 포함해 2010년 이후 한울원자력본부가 지원한 교육장학사업 예산만 약 100억 원에 이른다.

학업뿐 아니라 특기 활동에서 두각을 내고 있다. 한울본부가 지원하는 죽변중·고교 사격부는 2013년 전국사격대회 전관왕(그랜드슬램) 달성, 2014년 청소년 국가대표 배출 및 중·고 연맹 전국 사격대회 개인전 2위 입상, 2015년 사격 국가대표 상비군 배출 등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한울본부는 2006년부터 20억 원을 투입해 죽변고에 국제 규격의 사격장 건립과 장비, 합숙소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발전소 주변 학교에 다니는 중고등학생에게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교를 탐방하는 기회를 주는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유펜, MIT 등 미국의 주요 대학을 둘러볼 수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학교 탐방은 물론 현지에서 한인 재학생 간담회, 하버드 리더십 캠프 등에 참가해 학생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치료 위한 골프연습장 설치

고리원자력본부는 올해 3월 부산 지역에서 장애청소년들의 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해마루학교에 실내 골프 연습장을 설치해 줬다.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골프를 통해 재활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재활치료뿐 아니라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며 “몇몇 학생들은 치료를 넘어 골프선수로서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빛본부와 월성본부에서도 주변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한빛본부는 체육 유망주 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85명에게 1억2000만 원을 후원했다. 올해 후원 대상자 중에는 전국소년체전 등 전국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을 포함해 유소년 여자축구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학생도 선발됐다.

월성본부에서는 영어마을 캠프를 시행하고 있다. 캠프에서는 원어민 강사들이 수준별 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각종 상황별 대처법에 대한 실습 등 학생들이 영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밖에도 주니어공학기술교실을 통해 과학꿈나무들이 과학의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각 발전소에서 운영하는 ‘아인슈타인 클래스’도 한수원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대학생들을 멘토로 선발해 원전 주변 지역 청소년들을 연결해 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2010년 처음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68명의 멘토들이 1943여명의 학생들의 진학과 고민 상담을 함께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발전소 주변 지역의 성적 우수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에게 장학금과 방과후 학습비를 지원하는 사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지역 내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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