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日사례 벤치마킹해야” 엔고·불황 극복한 日 비결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3일 11시 23분


금융위기 이후 일본 기업이 엔고와 불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주요 비결은 연구개발(R&D)와 해외기업 인수합병(M&A)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확보 방안’ 보고서를 통해 “최근 한국 기업이 원고-엔저로 가격경쟁력을 잃어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고 중국기업의 약진으로 국내 경제에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며 “고환율과 장기불황을 극복한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일본 기업이 고환율과 불황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장기적인 안목과 과감한 R&D 투자를 꼽았다.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는 엔고시기에도 친환경 자동차용 전지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도요타와 혼다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하이브리드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고 2013년을 기준으로 50%에 달하는 시장점유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엔고시기에 R&D 투자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고 새로운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기존의 소형전지를 수천 개 연결해 제어하는 기술을 전기자동차에 탑재했다. 그 결과 신규 전지 개발 비용을 절약하고, 생산원가 절감으로 가격경쟁력도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파나소닉은 10억 달러를 재투자해 세계 최대의 생산시설을 설립하고, 2014년 글로벌 리튬전지 시장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경연은 일본기업들은 글로벌 M&A를 통해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 공조기기 제조사였던 일본의 다이킨공업은 엔고를 활용해 미국 2위 에어컨 제조사 굿맨글로벌을 인수했다. 그 결과 다이킨공업은 2012년 에어컨 공조기 분야에서 글로벌시장 1위를 차지했다. 2017년까지 굿맨글로벌이라는 사명을 모두 다이킨으로 변경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김미애 선임연구원은 “고환율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해외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엔화대비 원화의 강세를 이용해 일본의 첨단기술력을 도입하는 M&A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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