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백화점을 문화허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4일 03시 00분


어린이책미술관-문화홀 이어… 보테로展 후원 등 문화사업 박차

“물건만 파는 백화점이 아니라 문화 커뮤니티로 거듭나야 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의 ‘문화가 있는 경영’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백화점이 물건만 팔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지역문화 허브로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문화사업에 쏟은 사업비는 150억 원이 넘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접 모객 효과를 예상하기 어려운 대형 미술전시회 후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구사마 야요이 전을 시작으로 올해는 페르난도 보테로 전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 전시회에는 7월 10일 전시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10만 명이 방문했다. 예술의전당 미술전시를 비롯해 잠실체육관 올림픽체조경기장 등에서 유명 해외 뮤지션을 초청하는 ‘슈퍼스테이지’ 프로젝트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외부 대형 행사까지 후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어선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지역 문화 허브로서의 백화점을 지향하는 정 회장의 야심작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정 회장은 미술관 개관 전부터 “진입 문턱을 낮춰 대중성을 갖추면서도 어린이가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곳은 국내 최초로 책을 주제로 한 어린이 미술관이자,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첫 정부 공식 등록 미술관이다. 정부 등록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는 규모와 소장 작품 수 등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일반 미술관보다 운영 조건이 까다롭다.

전국 12개 점포에 마련된 문화홀을 통한 사업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주로 백화점 고객을 위한 연극과 음악 공연을 여는 공간으로 문화홀을 사용해왔지만 올해 4월부터는 일반인에게 공짜로 대관해주고 있다. 전시 공간이 마땅하지 않은 신진 예술가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 성장률이 해마다 둔화되는 가운데 문화를 통한 우회적 방식으로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정지선#백화점#문화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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