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3시 반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금융투자협회 3층 임시총회장. 금투협과 산하 161개 회원사들은 이날 김준호 전 미래창조과학부 1급 공무원(우정사업본부장)을 부회장급인 신임 자율규제위원장으로 선임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앞으로 3년간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업계의 영업질서 감시, 분쟁 조정, 징계위원회 회부 및 처벌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김 위원장 선임을 둘러싸고 금융권에서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다. 김 위원장의 경력이 문제가 됐다. 행정고시 28회 출신으로 우정사업본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거쳤을 뿐 금융과 관련한 경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외부 인사로 구성된 금투협의 후보추천위원회가 김 위원장의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한 차례 ‘퇴짜’를 놨지만 역부족이었다. 협회 관계자는 “금융위가 정관 개정 권한을 갖고 있고, 운영과 예산에 간섭할 수 있어 (이번 인사를)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하소연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 추천을 받아 후보가 됐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심사를 거쳐 8월 말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문성 논란이 불거진 김 위원장이 한 해 보수 3억5000만 원을 받는 보직을 얻은 배경에 금융위와 미래부의 ‘부적절한 거래’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행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이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일했던 업무와 밀접한 관련 있는 기관의 취업을 제한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금융위는 금투협에 김 위원장 자리를 만들어주고, 미래부는 향후 금융위 몫을 챙겨주기로 거래했다는 소문이 일고 있다. 금융위와 미래부는 “답변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대답을 내놨다.
김 위원장의 전문성 여부는 앞으로 업무 성과를 통해 검증되겠지만 김 위원장이 제 역할을 못 한다면 정부는 적임자가 아닌 사람을 추천했다는 책임을 져야 한다. 업계와 금투협도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을 완전히 피하긴 어렵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 방지법’이 강화됐지만 변칙적인 낙하산 재취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로 다른 공무원들이 법을 피해가는 ‘꼼수’를 배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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