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만의 새은행… 인터넷銀 인가경쟁 3강1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0일 03시 00분


1일까지 이틀간 신청 접수
“사업모델 혁신성이 최대 승부처”… 점수차이 작을땐 2곳이상 뽑을수도
평가 일정 비공개… 보안에 심혈

“면세점 짝이라도 나면 큰일입니다.”(금융당국 관계자)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기 위한 컨소시엄 간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금융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 인터파크, KT 등 ‘대어’들이 일찌감치 뛰어들며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그만큼 심사의 공정성과 보안에 대한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향후 국내 금융권의 판도를 바꿀 수 있어 초미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데다, 최근 서울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전 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진 일 때문에 당국의 긴장감은 더 크다. 자칫 심사 결과가 중간에 새어나가기라도 했다가는 증시 등 시장은 물론이고 금융·산업계에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30일과 10월 1일 이틀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접수가 끝나면 금융감독원이 경영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 기본 요건에 대해 1차 심사를 벌인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준비에 돌입했다. 각 컨소시엄이 제출한 방대한 서류를 뒤져가며 각종 인가 요건을 만족시키는지를 따져보는 데만 한 달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심사를 통과한 신청자에 대해서는 외부평가위원회가 항목별 세부평가를 진행한다. 금융, 정보기술(IT) 및 보안, 회계, 리스크 관리, 소비자 보호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10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사업 계획에 700점, 자본금 규모에 100점, 주주 구성 계획에 100점, 인력·영업시설·전산체계 및 물적 설비에 100점을 배정해 점수를 매긴다.

금융당국은 금감원 TF와 외부평가위의 심사 과정의 보안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외부평가위 명단도 비공개해 업체들의 로비 가능성을 차단할 방침이다. 또 외부평가위원들의 합숙 등 구체적인 평가 일정도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면세점 심사 과정을 반추해 공정성과 보안을 위한 여러 가지 대비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권은 올해 금융·산업계의 최대 격전지다. 인가를 받아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은 1992년 평화은행(이후 우리은행에 합병) 이후 23년 만에 새로 등장하는 은행이다.

현재 △인터파크 컨소시엄(인터파크 IBK기업은행 SK텔레콤 NHN엔터테인먼트 등) △KT 컨소시엄(KT 우리은행 현대증권 등) △카카오 컨소시엄(카카오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 등 3곳이 ‘3강’ △500V 컨소시엄(500V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1약’인 구도를 보이고 있다. 교보증권 황석규 연구위원은 “고객들의 달라진 금융 수요에 맞는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보여주느냐가 인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몇 곳을 선정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금융위는 당초 1곳 선정을 목표로 하되 업체 간 점수 차가 크지 않다면 2곳을 선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네 개 이상의 후보가 생기면서 고민이 커졌다. 3곳 이상의 점수가 비등비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컨소시엄 간 점수 차가 크지 않다면 결국 정부 고위층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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