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임금협상을 마무리했지만 현대중공업만 아직도 임협을 타결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3사 중 평균 연봉(지난해 기준)이 7527만 원으로 가장 높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급여의 ‘최저임금 미달’ 논란 때문에 임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올해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100만 원, 약정임금(기본급+수당) 100% 지급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을 동결하면 내년엔 저(低)연차 생산직 근로자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며 거부하고 있다.
최저임금 계산에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고정적인 수당은 포함되지만, 비정기적인 상여금 등은 제외된다. 노조에 따르면 생산직 초임이 받는 기본급은 약 134만 원으로, 고정 수당을 합쳐도 한 달에 140만 원 남짓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급이 6030원이니, 월 근로시간(240시간)으로 계산하면 월 144만7200원이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기본급을 최소한 5만∼6만 원 올려야 최저임금이 보장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상여금(연 800%), 성과급(지난해 기준 117%), 귀향비(연 100만 원), 생일축하금(40만 원)과 각종 수당을 합하면 연봉 4000만 원이 넘는 저연차 근로자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기본급은 낮고 수당이 높은 임금체계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사측은 이번 임협에서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중 300%를 매달 25%씩 나눠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을 올려야 최저임금을 맞출 수 있다”며 거부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과 성과급 등은 일시적이고 변동적이다. 월정 급여가 너무 적어서 잔업·특근을 안 하면 도저히 먹고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정규직은 보통 시급이나 월급이 아닌 연봉을 따지지 않느냐”며 “기본급만 놓고 최저임금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249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고 올해 2분기(4∼6월) 171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최고 연봉’을 주는 ‘적자 회사’ 노조의 앓는 소리를 어떻게 봐야 할까. 상여금과 성과급 없이 겨우 최저임금을 받는 ‘알바생’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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