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을 계기로 ‘진짜 친환경차’를 둘러싼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패권 다툼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원으로 배터리를 주로 사용해 배출가스가 적거나 아예 없는 차량들이 해당된다.
현재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시장에선 일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시장에선 독일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에 성공했지만 일본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세계 5위까지 오른 현대·기아자동차가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려면 ‘글로벌 리더’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일본과 독일 업체가 이끄는 친환경차 시장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내비건트 리서치는 친환경차 시장이 지난해 270만 대에서 2023년 640만 대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클린 디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는 도요타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도요타는 1977년 하이브리드 콘셉트카를 처음 내놓은 뒤 1997년 ‘프리우스’를 내놓았다. 7월 말 기준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승용차만 30종류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차 누적 판매량이 800만 대를 넘어섰다.
독일 업체들은 충전 인프라 부족, 짧은 주행 가능거리 등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PHEV 시장이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BMW는 스포츠카 ‘i8’,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 PHEV’, 포르셰는 ‘918 스파이더 PHEV’ 등 플래그십 모델을 통해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는 2010년 선보인 닛산 ‘리프’의 누적 판매량이 18만 대를 넘어섰다. 여기에 중국 후발업체와 테슬라, 애플, 구글 등 비(非)내연기관 자동차업체들의 진입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의 완성차 업체인 베이징(北京)자동차와 자동차부품회사 완샹(萬向)그룹은 지난해 각각 미국 전기차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인 아티바와 전기차 업체 피스커를 인수했다. 애플은 2019년 ‘타이탄 프로젝트’로 알려진 전기차를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선우명호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는 “닛산 ‘리프’는 짧은 주행거리(1회 충전당 132km)를 제외하면 가속력이나 제동력, 핸들링, 정숙성 등에서 일반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를 제작할 때 배터리와 모터 등 핵심 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해 오지만 안정성과 전반적인 시스템을 구현해내는 데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 선행기술 더 투자해야”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결합시켜 에너지를 낸 뒤 물만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궁극의 친환경차’로 꼽힌다. 전기차는 대부분 화력발전을 통해 전력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1회 충전 후 415km를 달릴 수 있는 ‘투싼ix 수소차(8500만 원)’를 내놓았다. 그러나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도요타는 주행거리가 650km로 더 길면서도 가격이 670만 엔(약 6566만 원)으로 더 싼 ‘미라이’를 선보였다. 혼다는 10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모터쇼’에서 주행거리가 700km에 달하는 수소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GM은 혼다와 수소차를 공동 개발 중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중심으로 ‘선방’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조사연구기관 포인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하이브리드차 7만7473대를 팔아 세계 3위에 올랐다. 그러나 1위 도요타(116만2000대)와 2위 혼다(27만9000대)와의 격차는 꽤 크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661대였다. 닛산(6만7117대) 미쓰비시(3만5630대) 테슬라(3만2000대) 포드(2만2608대) GM(2만2500대) 등 선두업체에 비해 초라한 실적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이르면 연말 현대차의 준중형급 하이브리드 전용차를 선보인 뒤 내년에 이 차의 전기차와 PHEV 모델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또 2018년까지 총 11조3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2020년까지 친환경차 차종을 22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현대, 2018년까지 11兆 투자 ▼
현대·기아차가 기술적 리더십을 선점하기 위해선 선행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세계 1∼5위 자동차회사들의 R&D 집적도(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는 도요타는 3.5%, 폴크스바겐은 6.0%, 제너럴모터스(GM)는 4.6%, 르노·닛산연합은 각각 르노 4.4%, 닛산 4.8%인 반면 현대차는 1.7%, 기아차는 2.3%에 그쳤다. 부품 업체 중에서도 덴소는 9.0%, 로버트 보쉬는 10.1%, 콘티넨탈은 5.8%에 달했지만 현대모비스는 1.2%였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장은 “현대·기아차의 R&D는 당장 양산 가능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므로 투자액에 비해 산출이 많은 편”이라며 “선행 기술 개발과 관련 부품업체 육성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실장은 “해외업체들은 배터리와 모터 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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