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조사 90년만에 첫 표본조사… 비용 줄고 정확도 높아”

‘TED 스타’ 로슬링 방한 “인구는 모든 통계의 기준”
24일부터 인구센서스… ‘통계 석학’ 로슬링 교수-유경준 통계청장 대담

《 ‘모든 정책의 시작은 인구조사에서부터’라는 말이 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인구통계를 정확히 산출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한국에서도 5년마다 진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가 24일 시작된다.

유경준 통계청장과 세계적 통계 석학인 한스 로슬링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원 교수(사진)는 인구주택총조사를 앞두고 2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만나 ‘인구통계의 중요성’이란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두 번째로 방한한 로슬링 교수는 세계적 지식 콘퍼런스 ‘테드(TED)’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강사 중 한 명이다. 시각화 통계분석 서비스인 ‘갭마인더’의 창립자로 세계에서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한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통계에 관한 특유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구조사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

24일 인구주택총조사가 5년 만에 시작된다. 세계적인 통계 석학인 한스 로슬링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원 교수(왼쪽)와 유경준 통계청장이 2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대담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는 행정자료를 활용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이 처음 도입돼 예산 1455억 원이 절감된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국에서 등록센서스 방식이 도입되는 것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 지식콘퍼런스 ‘테드(TED)’의 명강사인 한스 로슬링 스웨덴 카롤린스카의학원 교수는 2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유경준 통계청장과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슬링 교수는 의사이면서 저명한 인구학자이자 세계적인 통계석학이란 다채로운 이력을 지니고 있다. 2010년 테드에서 세탁기가 최고의 발명품이란 이유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2012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통계청은 2010년에 이어 5년 만인 올해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를 획기적으로 개혁했다. 주민등록부, 건축물대장 등 행정자료를 이용해 국민의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는 ‘등록센서스’ 방식을 처음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100% 전수조사는 전체 가구의 20%인 표본 가구를 뽑아 진행한다. 유 청장은 “7년간의 검토 과정을 거쳐 철저하게 준비했다”며 성공을 자신했다.

―많은 나라가 한국의 인구주택총조사와 같은 인구조사를 하고 있다.

▽로슬링=인구는 모든 통계의 기준이 되는 존재다. 예컨대 기업의 매출에 관한 자료가 있을 때 물건을 판매하려는 지역에서 몇 명이 살고, 소득분배 상황이 어떤지에 대한 통계가 있어야 해당 자료도 의미를 갖는다. 기업은 ‘소득분배가 평등해서 지역 전체의 구매력이 높으니 앞으로는 이 지역에서 판촉을 강화해야겠다’고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유경준=인구주택총조사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공된 자료는 현재 통계청이 운영하는 국가통계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는 전체 통계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활용 범위와 분야가 그만큼 넓다는 얘기다. 정부만 하더라도 고용 복지 주택 교육 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수립할 때 인구주택총조사를 기본 데이터로 활용한다. ―1925년에 조사를 시작한 이래 90년 만인 이번에 등록센서스라는 새 제도를 도입했다.

▽유경준=등록센서스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최근 들어 많은 국민이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면서 응답거부율이 크게 증가했다. 또 전수조사를 하려면 비용 부담도 크다. 하지만 행정자료를 활용해 기본적인 사항을 파악하면 응답거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매년 달라지는 몇 가지 부문에 대해서만 전체 가구의 20%를 표본조사 하기 때문에 조사 인력을 6만9000여 명 감축하게 됐고, 예산 1455억 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로슬링=등록센서스는 지속적으로 연결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록 5년을 주기로 인구주택총조사를 하더라도 행정자료는 매년 생산되기 때문에 사실상 인구·가구·주택 관련 자료를 매년 집계하는 효과가 생긴다. 계속 자료가 축적되면 통계가 중복되거나 누락되는 현상이 전수조사 방식에 비해 훨씬 줄어든다. 또 통계의 품질도 훨씬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료를 활용하기 위해선 다른 행정기관과의 원활한 협조가 중요하다.

▽유경준=일부 기관은 개별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통계법과 국세기본법을 개정해서 ‘통계 목적으로 이용하는 자료에 관해서는 통계청에 제공할 수 있다’는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최근 통계청은 포털사인 네이버와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통계청과 네이버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각각 빅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검색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으로 소비와 경기, 독감 등 주요 경제·사회현상을 예측한 뒤 이를 통계적으로 검증·보완하는 사회예측 시스템 구축에 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로슬링=스웨덴도 한국과 유사한 상황이다. 행정기관은 자신이 만든 통계자료를 다른 기관들에 쉽사리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료를 넘겼다가 개인정보 보호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는 데다 자칫 다른 기관이 통계 오류를 발견할까봐 우려하기도 한다. 다만 조금씩 태도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등록센서스가 도입되지만 여전히 전체 가구의 20%에 대해선 방문조사를 한다.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여전히 있는 것 아닌가.

▽유경준=통계청은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데 있어 통계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 이외에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행정자료 등이 외부로 유출된다면 통계청의 존립 근거가 사라지는 만큼 보안이 엄격하다. 주민등록번호는 2번의 변환 과정을 거치고 통계망은 일반 전산망과 분리돼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로슬링=스웨덴도 통계에 활용되는 개인정보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스웨덴 국민은 정부가 해당 자료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신뢰를 갖고 있다. 이런 신뢰관계가 구축돼야 오류 없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그것을 기반으로 정확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

―로슬링 교수는 세계 각국의 인구 통계를 분석해 향후 각국의 인구 전망과 소득 문제에 관한 예측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한국의 인구절벽 문제는 어떻게 보나.

▽로슬링=한국은 저력이 있는 국가다. 현재 추세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결코 인구절벽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다.

▽유경준=현재의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꾸준히 펼쳐 나가야 한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