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의 약 28%인 무슬림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국내 식품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류와 한국음식(K-food)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무슬림들의 식탁이 국내 식품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은 이슬람 교리에 따라 제조한 식품(할랄)을 먹어야 한다. 할랄은 ‘신이 허용한’이란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법에 따라 허가된 식품, 의약품 및 화장품 등이다. 할랄 인증을 받고 적극적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있는 곳은 풀무원, CJ 등 국내 식품 기업이다.
풀무원은 자사 라면인 ‘자연은 맛있다’를 2013년 말 무슬림 인구가 62%인 말레이시아에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라면은 ‘돼지 육수로 맛을 낸다’는 편견 때문에 무슬림들이 기피하는 음식 중 하나였다. 할랄 인증요건 중 하나가 모든 제조 공정에서 돼지고기 및 그 부산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격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풀무원은 채소로 맛을 낸 라면으로 시장 진출 1년 만에 10배에 달하는 매출 성장을 일궈냈다. CJ도 할랄 인증을 받고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햇반과 조미김, 김치로 2013년 5억 원에서 올해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빙그레 바나나우유도 할랄 인증을 받고 9월 14.4t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했다.
이슬람 시장은 인구가 계속 늘고 경제력도 상승 중이라 상품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할랄 식품 시장은 2013년 기준 전 세계 식음료 시장의 17.7%(1조2920억 달러)를 차지했다. 무슬림 인구는 2014년 17억 명에서 2030년 22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농식품부가 올해 4월 할랄식품팀을 발족하고 2017년까지 할랄 식품 수출 15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나서고 있지만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대표적 조미료 기업인 아지노모토사는 1990년 할랄 인증을 받고 이슬람 국가에 진출했다. 일본 정부도 수출업체가 할랄 식육처리시설을 정비할 경우 설비투자 사업비의 50%를 보조해주고 있고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할랄 엑스포’를 개최했다.
하지만 한국은 할랄 인증 기반부터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국내에서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민간 인증기관인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 한 곳뿐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나 아랍에미리트 같은 국가에서는 KMF를 공인 할랄인증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풀무원이나 CJ 같은 식품업체들은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인증기관인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국(JAKIM)이나 인도네시아 할랄인증기관(MUI), 싱가포르 할랄인증기관(MUIS)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이곳은 인증 취득 비용이 비싸고 갱신할 때 시간이 많이 들어 수출 기업에 어려움을 준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일본은 MUI, JAKIM, MUIS 등 3개국 인증기관에서 모두 공인 인증을 받은 기관으로 일본무슬림협회와 일본할랄협회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할랄 시장을 선점하려면 KMF가 국제공인기관에서 인정하는 인증기관이 되도록 지원해주고 국내업체에 할랄 식육처리시설 비용도 지원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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