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국을 아우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을 계기로 세계 통상흐름이 양자(兩者)에서 다자(多者)로 전환되면서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통합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일본 주도의 TPP와 중국이 주창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지역 경제권을 둘러싼 이합집산이 진행되면서 어느 쪽이 주도권을 잡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세계 통상질서는 다자→양자→다자로 흐름이 바뀌어 왔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다자간 통상협상이 2000년대 들어 교착상태에 빠지자 각국은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에 주력했다. 한국 역시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5%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FTA를 맺으며 ‘FTA 우등생’으로 불렸다.
하지만 각국이 여러 나라와 동시다발로 FTA를 추진하면서 상대 국가에 따라 통관 절차와 규정이 달라져 혼란이 커졌다. 국수 가락처럼 뒤엉킨 이런 혼란을 두고 ‘스파게티 볼 효과’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이에 따라 역내 국가에 통일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메가 FTA’가 관심사로 떠올랐고, TPP 타결로 결실을 맺었다.
이에 따라 ‘TPP의 대항마’로 평가되는 RCEP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주도하는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에 한국 중국 인도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한다. RCEP가 체결되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참여하고 GDP 기준으로 TPP에 이어 세계 2위의 거대 경제블록이 탄생하게 된다.
RCEP는 2013년 5월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고 지금까지 총 9차례의 공식 협상과 3차례의 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달 12∼16일 부산에서 10차 협상이 열린다. 올해 말까지 협상을 마친다는 게 목표지만 참여국 간의 견해차가 커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별도로 RCEP보다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무역자유화를 목표로 한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FTA 협상도 진행 중이다. TPP, RCEP, 한중일 FTA 등이 모두 가시화되면 아시아태평양 역내 국가들을 모두 FTA로 끌어들이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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