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중수익’ 인기상품 ELS, 2년 만에 최저치로 급감…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7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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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험·중수익’의 대표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주가연계증권(ELS)의 판매가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홍콩 증시의 급락으로 ELS의 원금 손실 공포가 커진 데다 금융당국이 ELS 쏠림 현상에 제동을 걸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ELS 시장이 위축되자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담거나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강화한 신상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ELS의 발행규모는 17조616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5.9%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도 15.3% 줄어든 규모다. 특히 9월 한 달간 ELS는 3조6080억 원어치가 발행돼 전달(6조463억 원)보다 40.3% 쪼그라들었다. ELS 월간 발행금액이 3조 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1월의 3조1752억 원 이후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그동안 판매된 ELS의 70% 이상이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중국발 쇼크로 곤두박질치면서 전반적인 ELS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H지수가 5월 고점 대비 30%가량 폭락한 뒤 ELS의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당수의 ELS는 조기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7월만 해도 6조9540억 원 규모였던 ELS의 조기상환금액은 8월 3조8235억 원, 지난달 1조2936억 원으로 급격히 줄고 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H지수가 하락하자 3, 6개월마다 이뤄지는 조기상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ELS가 늘고 있다”며 “조기상환이 안 되자 투자자들이 새 ELS 상품에 재투자할 수 있는 기회도 줄었다”고 말했다.

여기다 금융당국이 ELS 투자 과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증권사들이 자체 위험관리에 나선 것도 ELS 판매 위축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금융당국이 8월 말부터 H지수와 연계된 ELS 판매에 제동을 건 뒤 H지수를 활용한 ELS 발행규모는 7월 5조2046억 원 수준에서 지난달 2조922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최근 H지수를 대신해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지수, 영국의 FTSE100 지수, 독일의 DAX30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ELS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또 그동안 7~8%대 수준이던 연간 목표 수익률을 다소 낮추는 대신 원금 손실 위험을 줄인 상품을 불안감이 커진 투자자들에게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키움증권 등이 8일까지 판매하는 ELS는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을 아예 없애고 코스피200지수, 유럽 주가지수를 활용해 연 6% 이하의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됐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H지수 급락으로 촉발된 시장의 충격이 ELS 상품에 대한 신뢰 문제로 연결되는 분위기”라며 “H지수를 대체할 기초자산을 제대로 발굴하느냐에 따라 ELS 시장의 회복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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