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눈을 속이려 했던 기업들이 ‘한 방에’ 사라져간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폴크스바겐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일단 폴크스바겐이 이번 사태로 예전과 같은 ‘영광’을 다시는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태와 비견되곤 하는 ‘엔론 회계부정 사태’의 교훈 때문이다. 엔론은 미국 재계 7위까지 오른 거대기업이었다. 경제지 ‘포천’이 6년 연속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회계부정이 터지자 다시 신뢰를 회복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도 마찬가지. 미쓰비시는 2000년 몰래 차량 소유주에게만 연락해 수리해주던 비밀 리콜 관행이 들통났지만 계속 사안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이후에도 정비 불량이라고 주장하다가 2004년에야 사실을 인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100만 대를 리콜했다. 도산하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시장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올해 40∼70bp(1bp는 0.01%) 수준을 유지하던 폴크스바겐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말 309.14bp까지 치솟았다. CDS프리미엄은 부도 위험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부도 위험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9년 3월 당시와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워낙 긴 역사를 가지고 수많은 성공신화를 썼던 기업인만큼 폴크스바겐이 결국은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배기가스 문제는 안전문제처럼 운전자에게 직접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어서 판매량 하락이 계속될지는 지켜봐야 안다”며 “가솔린(휘발유) 차는 문제가 없는 데다 ‘본원적 경쟁력’도 있는 회사”라고 평가했다.
이런 주장은 과거 도요타 사례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도요타를 최대 위기에 몰아넣었던 2010년 리콜사태의 원인은 가속페달의 결함으로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된 품질 개선 노력으로 도요타는 다시 신뢰를 되찾으면서 현재 세계 자동차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용욱 세종대 경영대학장은 “사태가 터진 후 빠르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점에서 폴크스바겐의 대응은 괜찮았던 편”이라고 말했다.
전 학장은 폴크스바겐이 시장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3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째 전 세계적으로 ‘뉴 폴크스바겐’ 비전을 발표해 10년 뒤 어떤 회사로 거듭날지 설명하고, 시민단체를 비롯해 믿을 수 있는 기관으로부터 평가를 받겠다고 해야 한다. 두 번째로 대기오염 분야에서 사회공헌활동(CSR)을 펼치고, 마지막으로 본업인 자동차 생산에서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혁신적 제품을 내놓는다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실현하는 것은 폴크스바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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