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려는 롯데-뺏으려는 두산, 서울 면세점 전략 동시 공개

“1500억원 사회공헌 투자”
신동빈 회장, 상생 선포식 참석… 경영권 분쟁엔 “흔들리지 않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2일 롯데면세점 특허권 수성을 위한 사회공헌 계획과 5년 내 면세점 업계 세계 1위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롯데그룹에 대한 소송을 시작하며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진 데 대해 “흔들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인천 중구 공항동로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비전 2020 상생 2020’ 선포식에서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 측을 겨냥해 “최근 불거진 일들은 롯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신 회장은 향후 5년간 1500억 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은 특허권이 올해 만료돼 후속 사업자 선정에 들어간 롯데면세점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나왔다. 신 회장이 그룹 계열사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신 회장이 면세점 행사나 기자간담회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이 밝힌 사회공헌 계획 중 우선시되는 것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다. 롯데면세점은 200억 원 규모로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면세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도울 예정이다. 또 중소기업 매장 면적을 현재 소공점 1505m²에서 내년 12월까지 2배가량인 2805m²로 늘린다. 월드타워점도 1318m²에서 2975m²로 확대한다. 롯데면세점은 이러한 상생 활동을 통해 현재 연간 3600억 원 규모인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중소기업 매출을 2020년에는 4배 가까이인 1조3500억 원 규모로 늘리겠단 목표다.

신 회장과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는 이날 롯데면세점에 대한 독과점 논란을 의식한 듯, 롯데면세점은 세계적인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국감 때에 이어 “롯데면세점을 세계 1위로 키워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로 만들겠다. 응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 박용만 회장 “영업이익 10% 사회환원” ▼

박용만 회장 직접 “대폭 올려라” 지시… 고용인원 10%는 소외계층서 뽑기로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12일 면세점 운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면세점 이익의 10%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동아일보DB

두산그룹은 올해 말 사업 허가 기간이 끝나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면세점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면세 사업자로 선정되면 기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인력을 고용하고 전체 고용 인원의 10% 이상을 취약 계층에서 채용하는 등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내놨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당초 실무진 측에서 잡았던 사회 환원 비율(5%)에 대해 “10∼20% 수준으로 대폭 올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12일 밝혀졌다.

두산 관계자는 “지난해 면세점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8% 수준”이라며 “면세 사업 시행 후 2년 뒤 매출 목표(1조 원)에서 환산한다면 영업이익 800억 원의 10%인 80억 원 이상을 매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 관련 상생 방안도 내놨다. 두산은 면세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특허를 잃은 사업장의 인력들은 최대한 두산그룹의 면세사업부 직원으로 흡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면세사업부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사회 소외 계층이나 취약 계층에서 전체 인원의 10% 이상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협력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기존 사업자와 거래하던 협력사 직원들이 일감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두산과 이어서 거래를 하도록 하고 기존 물류사업자의 설비와 시설도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두산은 이와 함께 국내 신진 디자이너 발굴 계획도 밝혔다. 국내 브랜드를 매년 30개 이상 발굴할 목적으로 해당 디자이너의 제품을 면세점에서 판매해 신진 디자이너의 글로벌 판로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달 25일 올해 말에 만료되는 시내 면세점 3곳(롯데면세점 소공점·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에 대한 입찰 의향서 접수를 마감했다. 두산과 신세계는 3곳 모두에 특허권 신청을 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인천=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