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 자녀의 군 복무 문제는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과거 조직 행동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군 복무 경험을 통해 얻은 실천적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고 한다. 그러나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자기 과신, 호전성, 위험 추구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있어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연 군 복무 경험은 기업 경영에 약(藥)일까, 독(毒)일까?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최고경영자(CEO)의 군 복무 경험과 경영 방식의 인과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글로벌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CEO들의 군 복무 여부를 포함한 각종 신상 정보는 여러 가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모았다. 마지막으로 신상 정보가 파악된 4190명의 CEO 중에서 1913∼1960년에 출생한 사람을 최종 선별했다. 그 결과 최종 샘플은 군 복무 경험이 있는 1115명의 CEO와 군 복무 경험이 없는 2898명의 CEO들로 구성됐다.
연구 결과 군 복무 경험이 있는 CEO들의 경영 방침은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 복무 경험이 없는 CEO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하고,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출도 적었으며, 타인 자본의 차입 또한 적었다. 또 군대를 다녀온 CEO들은 그렇지 않은 CEO들에 비해 경영 비리에 연관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마지막으로 군 복무 경험이 있는 CEO들의 기업은 경기가 좋지 못할 때 상대적으로 우수한 경영 성과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군 복무 경험은 올바른 경영 윤리를 갖고 위기에 강한 CEO가 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는 군 복무 경험이 주인-대리인 문제의 효과적 해결책임을 제시한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CEO들의 보수적인 투자 정책과 올바른 경영 윤리는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재벌 3, 4세들의 군 복무는 적극 권장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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