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과 엔씨소프트의 3년 반 ‘동거’가 끝났다. 16일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였던 넥슨은 지분 15.08%(330만6897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고 밝혔다. 주당 매각 가격은 18만3000 원으로 매각 대금은 6051억 원이다. 넥슨은 2012년 엔씨소프트 지분 14.68%를 주당 25만 원에 사들였고, 지난해 10월 0.4%를 추가로 취득했다. 본사가 일본에 있는 넥슨은 2012년 당시보다 싸게 지분을 처분했지만 3년간 엔화약세로 인한 환차익 때문에 약 590억 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하게 돼 “홀가분하다”는 반응이지만 게임업계는 실망하는 분위기다. 국내 게임업계 1,2위를 차지하는 넥슨·엔씨소프트가 ‘연합군’을 만들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주길 바랐던 게임 업계의 기대도 끝난 탓이다.
● 갈라선 형·동생
넥슨과 엔씨소프트 양측은 “이번 블록딜을 앞두고 두 대표의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넥슨을 이끄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47)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48)는 서울대 공대 1년 선후배사이다. 경쟁자이기 이전에 서로를 형·동생이라 칭하며 끈끈한 인간적 관계를 맺고 있었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둘 사이는 어긋나버렸다.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뒤에도 두 사람은 미국에서 한 차례 미팅 약속을 했다가 서로 일정이 어긋나 만나지 못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2012년 6월 협력관계를 구축한 뒤 올해 초까지 다양한 협업 시도를 해왔다.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엔씨소프트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갖춘 넥슨이 서로 힘을 모아 시너지를 내보자는 취지였다. 기대와 달리 양사는 실패만 경험했다. 미국 대형 게임사 EA(일렉트로닉아츠) 공동 인수를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넥슨 개발자 170여 명이 14개월 동안 엔씨소프트에서 공동으로 게임 개발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 서로 앙금만 남았다
협업 과정에 대한 양사의 설명은 다르다. 넥슨은 “엔씨소프트가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하고, 엔씨소프트는 “협업을 하기에는 서로의 기업 DNA가 너무 달랐다”고 말한다.
올해 초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 넥슨은 “힘을 합쳐도 모자란 판에 엔씨소프트를 공격한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약 6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동생이 형을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넥슨 측이 가장 아파하는 부분이다.
엔씨소프트도 협업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또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글로벌최고전략책임자(CSO·사장)과 동생 김택헌 전무(국내사업 총괄 책임자·CBO) 등 김택진 대표 가족에 대한 비즈니스 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넥슨의 지분 15.08% 중 2%에 해당하는 44만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3.08% 지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만약 나머지 지분을 한 업체나 개인이 소유했을 경우 지분 11.99%를 보유한 김 대표의 경영권도 흔들리게 된다.
댓글 0